'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는 반 고흐가 죽은 지 1년 뒤를 배경으로 한다.
반 고흐는 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고흐 지인이었던 우체부 룰랭(크리스 오다우드 분)은 아들 아르망(더글러스 부스 분)에게 반 고흐의 마지막 편지를 그의 동생 테오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테오의 행방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죽고 없었기에 하는 수 없이 아르망은 반 고흐의 주치의였던 가셰 박사를 만나러 간다. 아르망은 가셰 박사를 만나기 전 반 고흐가 사망한 장소인 라부 여관에 묵는다. 아르망은 그곳에서 반 고흐의 죽음에 관해 한 마디씩 보태는 사람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줄거리 때문만이 아니다. 러빙 빈센트는 세계 최초로 유화로만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다.
영화에 들어가는 6만5000개 프레임의 각 장면은 캔버스 유화로 그린 것으로 반 고흐의 기법을 그대로 재현했다. 영상 1초에 12점의 그림이 연사된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선발된 총 115명 화가가 팀을 이뤄 10년 넘는 기간 그려낸 것이다.
폴란드 영화협회가 영화 제작비를 지원하고, 애니메이션 동화로 쓸 유화를 그리기 위해 전문 유화가를 재교육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킥스타터의 크라우드펀딩으로 모금했다.
앞으로는 이런 훌륭한 영화를 다시 만나기 위해 10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작가의 화풍을 완벽하게 숙지한 인공지능(AI)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MS와 렘브란트 미술관은 렘브란트풍의 그림을 그리는 로봇화가 '더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를 개발했다.
로봇화가는 렘브란트 화풍과 붓놀림을 그대로 재현해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
이를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렘브란트 작품 346점에서 특징을 찾아냈다. 캔버스 위 물감 두께와 질감까지 그대로 베껴냈다. 이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3차원(3D) 입체 파일로 새롭게 탄생했다. 그림 한 장에 1억4800만화소다. 13개 레이어를 겹쳐 쌓았다.
2016년 3월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화가 '딥 드림(Deep Dream)'이 그린 작품 29점이 경매에 붙여지기도 했다. 딥 드림은 주어진 이미지를 보고 이를 재해석해 추상화로 내용을 표출해주는 추상화가다. 이미지 합성 알고리즘 '인셉셔니즘(inceptionism)'을 로봇에 입력시켜 사진정보를 토대로 이미지를 재창조하는 방식이다.
화가 겸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헤럴드 코언은 그림 그리는 로봇인 '아론(Aaron)'을 선보였다. 아론은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색과 형체를 선택해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린다.
화가 겸 로봇기술자 패트릭 트리셋은 'e다윗'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카메라와 로봇 팔을 이용해 실제로 화폭 위에 작품을 그린다.
김지혜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