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연이어 한국 정부 끌어안기에 나섰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조세회피, 사회기여, 망 사용료 재협상 등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인다. 묵묵부답인 구글·애플 등 다른 글로벌 기업과 대조적이다. 페이스북의 전향적 변화에 글로벌 기업이 받는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한국에서 매출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한국에서 광고 매출을 집계해 공개한다. 매출에 합당한 세금도 내겠다는 것이다. 세계 23개국과 동시에 진행되는 작업이다. 이전에 본사 차원 발표가 있었지만 페이스북코리아 대표가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수차례 강조할 정도로 한국 정부와 관계 개선에 핵심 사안이다.
페이스북은 망 사용료 재협상, 기술 교육·컨설팅기관 이노베이션랩 설치 등 현지 기업과 갈등을 개선하고 사회적 기여도 확대한다. 앞서 케빈 마틴 수석부사장이 10일 방한해 정부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데 이어 조 대표까지 공식화했다. 조 대표는 국내 중소기업 수출을 돕는 기존 지원 프로그램도 예년보다 확대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것과 달리 구글, 애플 등 다른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은 요지부동이다. 인터넷업계를 비롯해 다수 국내 여론은 이들 기업도 페이스북 뒤를 따라야 한다고 압박한다.
조세회피 문제만 하더라도 페이스북처럼 투명한 매출 공개 시도 없이 세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주장만으로 넘어가기 어렵다는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 인터넷기업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내놓는 결과물이 최종적으로 합리적 기준에 맞는지는 둘째치더라도 정부, 국민과 관계 개선에 의지를 보인다는 점은 명확하다”면서 “페이스북의 전향적 변화로 다른 글로벌 기업이 받는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 외국법인 업태별 법인세 신고현황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매출 5000억원이 넘는다고 신고한 기업 가운데 IT기업은 전무하다. 그러나 한국무선인터넷산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구글은 2016년 국내 앱 마켓 시장에서 매출 4조4656억원, 애플은 2조206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구글의 검색 광고와 유튜브 동영상 광고, 애플의 단말기 판매까지 더하면 수치는 더욱 올라간다. 국내 매출을 해외로 몰아줘 조세 회피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지속 제기되는 이유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