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리포트]글로벌 초대형 TV시장, '퀀텀닷'으로 이끈다

올해 프리미엄TV 시장 격전지는 초대형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TV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초대형 프리미엄이 각광받으면서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초대형 TV는 통상 75인치 이상 화면 크기를 지닌 프리미엄 제품을 말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흐름을 볼 수 있었던 'CES 2018'에서도 주요 TV 제조사는 앞다퉈 초대형 TV를 선보인 바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나성률 기자 (nasy23@etnews.com)

삼성전자는 '8K AI QLED TV'와 '더 월'을 앞세운 투트랙 전략으로 초대형 프리미엄 TV 시장을 장악해 나갈 전망이다. CES 현장에서 선보인 '더 월'.
삼성전자는 '8K AI QLED TV'와 '더 월'을 앞세운 투트랙 전략으로 초대형 프리미엄 TV 시장을 장악해 나갈 전망이다. CES 현장에서 선보인 '더 월'.

◇글로벌 TV 시장 트렌드는 '초대형 프리미엄'

TV 대형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은 글로벌 75인치 이상 TV 출하량이 지난해 115만1000대에서 올해 169만6000대로 47.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1분기 17만2400대에서 3분기 29만800대로 늘었다. 2019년 227만4000대, 2020년 338만8000대로 추산하고 있다. 앞으로 프리미엄 TV 시장 승패는 55인치, 65인치를 넘어 75인치 이상 초대형 시장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풀이할 수 있다.

대형 TV를 선호하는 소비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음달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대형화면으로 스포츠 경기를 현장감 있게 즐기려는 수요가 증가해 대형 TV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가전유통 업계 관계자는 “1~11월까지 TV 매출 신장률은 작년 동기 대비 1.3%에 그쳤는데 12월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수요가 확연히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무엇보다 대형 TV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해 올림픽 특수를 증명했다.

TV 화면 크기는 디스플레이 진화에 맞춰 커져왔다. 배불뚝이로 불리던 CRT TV는 20인치에 불과했지만 LCD TV, PDP TV로 디스플레이가 발전하면서 화면 크기는 30~40인치로 커졌다. PDP는 화면에 잔상이 남는 번인(Burn-in) 등의 문제로 2014년 기점으로 시장에서 퇴출됐지만 LCD는 기존 TV보다 얇게 만든 엣지형 디자인을 도입, TV를 벽걸이 형태로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대형화를 주도했다.

초고화질 UHD TV가 등장한 2015년에는 TV 크기가 55인치, 65인치까지 확대됐고, 올해는 삼성전자와 LG전자뿐만 아니라 소니, TCL 등 세계적 TV 제조사가 모두 65인치 이상 대형 TV에 집중하고 있다.

이중 75인치 이상 초대형 TV시장에선 삼성전자가 1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소니(7만9700대), LG전자(3만4900대)를 제치고 15만1800대를 판매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엔 판매 대수가 5만7600대로 소니(6만1400대)보다 뒤처졌지만, 2분기엔 8만5200대를 팔아 소니(5만2300대)를 제쳤고, 3분기엔 소니와 격차를 갑절로 벌렸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발 빠르게 대형 라인업을 늘려 초대형 화면으로 초고화질을 즐기려는 고객 수요를 제대로 저격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65인치, 75인치, 82인치, 88인치 등 21개 초대형 QLED TV 라인업을 구축했다.

◇올해는 8K 시대 원년

TV 대형화로 인해 업계에서는 '8K'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TV 화면이 커지면 이에 맞춰 해상도도 증가해야 하기에 초대형 TV에서 8K 지원은 필수다. 초대형 8K TV를 위해서는 해상도와 밝기, 색 재현력, 내구성이 뛰어난 '소재'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8K(7680×4320/3200만 화소)는 UHD(4K, 3840×2160/800만화소)보다 4배 이상 더 큰 해상도다.

화소수가 증가하면 픽셀(점) 밀도가 높아져 화면이 커져도 인쇄한 듯 깨끗한 화질을 보여줄 수 있다. 특히 8K는 빛을 내는 픽셀을 화면 안에 담아내기 위해 크기는 작아지지만 밝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프리미엄 화질의 필수 기능으로 부각되고 있는 'HDR(High Dynamic Range)' 기술은 기존보다 화면을 최대 10배까지 밝게 표현하기 때문에 밝기와 명암비를 높여도 디스플레이 수명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도 디스플레이에 번인, 잔상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소재 '내구성'이 중요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초대형 전략 중심에 '퀀텀닷'을 두고 있다. 퀀텀닷은 무기물 소재로 밝기 구현과 색 재현력이 뛰어나 8K 해상도에 적합한 소재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입자 크기 조절만으로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으며 내구성이 뛰어나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수명도 길어 더욱 오래 깨끗한 원색을 표현하고 유지할 수 있으며 전력 효율성도 높아 저전력, 고효율 구현을 할 수 있다.

◇삼성전자, 투트랙 전략으로 대형 TV 시장 견인

삼성전자는 CES에서 85인치 '8K AI QLED TV'와 146인치 '더 월(The Wall)'을 공개하며 초대형 TV 시장 전략으로 투 트랙 카드를 꺼냈다. 8K AI QLED TV는 △AI를 통한 저해상도 콘텐츠의 고해상도 변환 기술 △8K의 초고화질 △퀀텀닷 소재를 모두 겸비한 TV로 삼성전자의 대형 TV 전략을 보여준 대표 제품이다. 이와 함께 공개된 모듈러(Modular, 조립식) TV '더 월'은 퀀텀닷에서 나아가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해 크기, 해상도, 형태까지 자유로운 디자인으로 주목 받았다.

삼성전자가 CES 2018에서 공개한 초대형 TV '더 월'.
삼성전자가 CES 2018에서 공개한 초대형 TV '더 월'.

'더 월'은 소비자가 원하는 크기와 형태로 제작할 수 있는 '맞춤 TV'다. 블록처럼 조립해 이어 붙일 수 있는 모듈러 방식이기 때문에 모듈 수와 모양에 따라 작은 크기부터 200인치 이상 대형까지 크기와 형태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조립할 수 있다. 벽 전체를 TV로 사용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더 월은 CES에서 세계 처음 공개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더 월에 적용된 마이크로 LED 기술은 그 동안 조명으로만 사용하던 LED를 수십 마이크로미터(㎛)까지 소형화해 디스플레이 분야에 적용했다. LED 칩 하나하나에 RGB(적·녹·청) 색상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LED 그 자체가 광원이 되는 '자발광' 방식으로 백라이트뿐만 아니라 컬러 필터도 필요 없어 기존 디스플레이 대비 밝기와 명암비, 색 재현력, 블랙 표현이 좋다. 발광효율과 광원수명, 소비전략 등 내구성, 효율성 측면에서도 우수해 미래 스크린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 월은 'CES 혁신상'을 포함해 USA투데이, 월스트리트저널, BGR 등 유력 매체로부터 'Best of CES' 등 업계 단일제품 최다 수상(총 41회)의 영예를 안았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의 리뷰 전문 매체 리뷰드닷컴은 “그간 CES에서 놀라운 콘셉트의 TV를 많이 봐왔지만 삼성의 마이크로LED는 모듈러 구조로 되어 있어 원하는 크기로 설계해 자신만의 TV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경이롭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8K UHD 실험 방송이 예정돼 있는 등 8K 초고화질 방송 시대가 문이 열리고 있는 만큼 'AI 해상도'와 '모듈러 기술' '내구성을 앞세운 퀀텀닷 소재'를 통해 글로벌 초대형 TV 시장에서 더욱 격차를 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