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실명계좌 도입 첫날 '뱅크 대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각 지점의 창구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다.
가상화폐거래소는 이날부터 실명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계좌 개설을 위해 은행 창구를 찾은 고객은 많지 않았다. 길어야 대기 순번 5번 이내, 신규 계좌 개설을 하러 온 고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큰 혼선이 예상된 신한은행, 농협은행, 기업은행 영업점 모두 마찬가지였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로 기존 투자자 가운데 상당수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인 데다 실명제 도입이 발표된 직후 미리 해당 은행에서 계좌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으로 실명 인증을 진행한 고객도 상당수여서 분산된 것으로 분석됐다.
30일 시중은행은 가상화폐 투자자 대상으로 실명 확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상화폐거래소 고객은 기존의 가상계좌 대신 실명 확인 절차를 거친 후 받게 되는 실명계좌를 통해서만 거래를 할 수 있다.
업비트 이용자는 IBK기업은행, 빗썸은 NH농협은행·신한은행, 코인원은 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각각 거래하고 있다.
당초 업계는 가상화폐 투자자가 약 300만명에 이르는 만큼 실명제 도입으로 큰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명제 전환 대상이 되는 계좌 수는 기업은행 57만개, 농협은행 100만개, 신한은행 14만개에 이른다. 이들 인원이 한꺼번에 영업점에 몰릴 경우 큰 혼잡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명제 도입 첫날 은행 창구는 한산했다. 기업은행 본사 지점에는 오전 내내 대기자 없이 업무를 진행했으며, 고객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도 방문자는 많지 않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거래소에서 2주 전부터 실명 거래 전환에 따른 계좌 개설을 독려, 많은 투자자가 미리 실명 계좌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대면 채널로도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계좌 개설을 하는 등 대부분 지점에서 가상화폐 실명제 전환으로 인한 혼잡한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 업비트는 지난 17일 공지를 통해 가상계좌 실명 확인을 위한 신규 계좌 개설 절차를 안내했다. 26일에 이어진 공지에서도 가상계좌를 사용할 수 없으니 신규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고 고지했다.
농협은행 지점도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본점은 물론 서울 강남, 강북 소재 창구도 가상화폐 실명과 신규 계좌를 만들려는 고객은 거의 없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일부 관련 문의가 있었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수준”이라면서 “투기에 대한 부정 여론이 선 반영됐고, 비대면 채널로 실명 인증과 계좌 개설을 한 고객이 늘어나 분산 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가격의 널뛰기가 예상된 이날 코인은 대부분이 5%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1290만원대 비트코인은 오후 2시 기준 1265만원대로 소폭 내렸다. 이더리움과 리플도 각각 1.90%, 3.45% 하락했다. 그 밖에 다른 코인 대부분도 소폭 하락세를 이어 가는 등 가상화폐 거래 시장의 충격은 크지 않았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