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환영받지 못한 자

[기자수첩]환영받지 못한 자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이 이번 주 임기를 마무리한다. 황 회장은 '검투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금융투자업 규제 철폐와 선진화에 앞장섰다. 업계는 연임을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현 정부와의 관계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환영받지 못한 자)라고 표현하면서 연임을 포기했다. 황 회장은 정부가 주식 투자는 '돈 있는 사람만 하는 것'이라며 규제 완화나 세제 혜택 등 자본 시장 육성 정책에 미적지근한 점을 과감하게 비판했다.

황 회장의 비판이 개인 성향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금융투자업계 전반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다.

지난주 신임 협회장을 선출하는 자리에서도 황 회장 비판과 맥을 함께하는 업계의 아쉬움이 그대로 느껴졌다. 금융투자업의 위상과 인식 전환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현재 자금시장의 흐름은 대부분 창업 초기기업과 벤처캐피털(VC) 등으로만 쏠려 있다. 정부 정책이 해당 분야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도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관심은 코스닥에만 쏠려 있는 듯하다.

이런 분위기에 금융투자업계 전반은 숨죽인 채 금융 당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 대표 사안이 초대형 투자은행(IB) 문제다. 지난해 단 한 곳을 인가한 이후 추가 인가가 없다. 예정됐던 곳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초대형 IB 지정을 준비했던 대형 증권사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에둘러 말한다.

연일 고공 행진하고 있는 코스닥 시장의 활황세도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코스닥 시장을 다른 말로 정책 시장이라고 부르죠.” 최근에 만난 자본 시장 관계자의 자조 섞인 표현이다. 자본 시장을 위한 코스닥 활성화가 단기로는 시장의 호황을 부를 수 있지만 산업 자체의 발전을 도모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금융투자업을 '부자를 위한 산업'이라고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업계 스스로도 금융투자업이 100대 국정 과제에 선정되지 못한 점을 돌아봐야 한다. 이제 서로 귀를 열고 들어야 할 때다. 새로운 금융투자업계의 리더와 금융 당국 간에 원활한 소통과 협업을 기대해 본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