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처음 액면 분할을 실시한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 실적 행진을 이어 가고,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 지금이 최적의 액면 분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상법상 가능한 주당 최저 액면가 100원에 맞춰 50대 1 분할 비율을 적용, 5000원인 주식이 100원이 된다. 주가가 낮아지면 주식 매매 부담이 줄어들고, 개인 투자자의 대거 유입 등으로 주가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50대 1 주식 액면 분할을 비롯한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의 하나로 주식 액면 분할을 결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3월 23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액면 분할 관련 정관을 변경할 예정”이라면서 “액면 분할 주식과 기존 주식을 교환하는 절차 등을 거쳐 5월 중순께 분할된 주식으로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액면 분할 요구는 주가가 100만원을 웃돌던 3~4년 전부터 나왔다. 주당 가격이 개인 투자자가 투자하기에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고, 이로 인해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 비율이 높았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 개선과 주주 환원 적극 정책에 힘입어 300만원에 근접할 정도로 상승하면서 액면 분할 요구가 더 강해졌다.
삼성전자 역시 내부에서 액면 분할을 검토해 왔지만 그동안은 실익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최대 실적을 내면서 실효성 재검토에 착수했고, 올해가 최적 시점으로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이후 주주 환원 정책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주 환원 정책에 더해 액면 분할까지 하면 개인 투자자의 배당 증대 등 실익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매년 9조6000억원 수준을 배당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배당 규모보다 66%나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액면 분할로 더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누리고, 올해부터 대폭 늘어나는 배당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액면 분할이 투자자 저변 확대와 유동성 증대 효과 등으로 주식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장기 관점에서 기업 가치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 역시 분할 이후 상승 가능성이 있다. 현재 260만원대인 삼성전자 주가는 분할 후 5만원대가 된다. 주당 가격에 대한 저항 심리가 사라지고 개인 투자자가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짙다. 주가 상승에도 높은 주가가 걸림돌이었지만 5만원대가 되면 부담이 줄어든다. 실제로 2014년 애플이 7분의 1로 액면 분할한 것도 주가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 분할이) 기업 가치 변화의 요인은 아니지만 과거 애플 등 다른 회사 사례에 비춰 수급에 긍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는 기존의 수급 구도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중심이었지만 액면 분할을 단행할 경우 일반투자자가 매입할 수 있는 가격대가 됨으로써 수급 측면에서 긍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낙관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