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아이폰X 감산 파장 어디까지…OLED 디스플레이 부품 직격탄

[이슈분석]아이폰X 감산 파장 어디까지…OLED 디스플레이 부품 직격탄

애플 아이폰X 생산량이 감소하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관련 부품 공급사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에 패널을 공급하기 위해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대규모 설비를 투자한 만큼 상반기 가동률 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영향권에 들어선 OLED 디스플레이 부품·소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탕정에 위치한 A3 라인에서 애플에 공급할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한다. 생산능력은 6세대 규격 기준 월 10만5000장 규모다. 순차적으로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가동했으며 작년 3분기부터 전체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초기 수율은 50~60%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전체 라인을 가동하고 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정을 최적화하는 작업을 거듭하면서 수율이 80~90%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애플이 올해 생산할 아이폰X 물량을 줄이면서 가동률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는 A3 가동률을 평균 이하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파악됐다. 1분기가 계절 비수기여서 통상 10% 정도 가동률이 떨어질 수 있지만 최근 가동률은 이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가동률이 떨어지면 생산 원가가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 번 낮아진 가동률을 다시 높이려면 일정 시간이 필요하므로 손실이 발생하는 기간이 길어진다.

기존 생산 라인에서 타사에 공급할 패널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애플 아이폰에 특화해 라인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다른 스마트폰에 들어갈 패널을 만들려면 공정을 바꾸는 등 생산 라인을 재조정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은 구매 조건으로 자사 제품에 최적화한 생산 라인을 조성해 이른바 전용 라인처럼 사용하기를 요구한다”며 “A3 라인 가동률이 떨어져도 애플 제품 외에 다른 고객사 제품으로 대체할 수 없으므로 아이폰 물량 감소는 곧 삼성디스플레이 손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물량 감소 여파로 삼성디스플레이 상반기 실적이 둔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리지드 OLED가 LTPS LCD와 가격 경쟁을 벌이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생산량까지 둔화한데다 플렉시블 OLED 공급량까지 줄어들기 때문이다.

◇'상저하고' 전망…하반기 신모델에 기대

OLED 패널과 스마트폰 메인기판을 연결하는 역할의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도 아이폰X 감산 영향권에 들어섰다.

PCB는 전기신호가 통하게 하는 인체 혈관과 같은 역할의 부품이다. RFPCB는 단단한 특성의 '경성(Rigid)'과 구부러지는 '연성(Flexible)' PCB가 하나로 결합됐다.

애플은 OLED를 채택하면서 고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전과 달리 OLED 패널과 터치스크린패널(TSP)에 RFPCB를 도입했다.

RFPCB 제조 능력을 갖춘 곳이 한국에 집중돼 국내 기업이 이를 대거 수주했다. 삼성전기, 비에이치, 인터플렉스가 아이폰 OLED용 RFPCB를 공급하고 있고, TSP용 RFPCB는 인터플렉스, 영풍전자, LG이노텍이 제조를 맡고 있다.

이들 회사는 작년 4분기까지 아이폰X 출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인터플렉스는 작년 3분기 영업이익 62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인터플렉스 실적은 시장기대치(453억원)를 크게 웃돈 것이다. 삼성전기는 RFPCB 공급 확대에 힘입어 작년 4분기 기판 사업에서 흑자를 기록했다. 2014년 4분기 이후 12분기 만에 이룬 흑자전환이었다.

그러나 아이폰X 감산으로 실적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애플은 1분기뿐만 아니라 2분기에도 부품 발주를 줄일 것으로 알려져 올 상반기까지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거래처를 다변화한 기업은 애플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겠지만 애플 비중이 높고, 단일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한파가 예상된다.

이 외 OLED 소재도 영향권에 있다. 삼성SDI는 아이폰X OLED에 그린인광호스트를 공급하고 있다. OLED는 크게 전하 이동을 위한 공통층과 실제 빛을 내는 발광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호스트는 발광층에 속하는 재료다. 덕산네오룩스는 정공수송층(HTL) 계열 소재를 공급한다. 정공수송층은 정공을 발광층에 공급할 때 이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역할을 한다. 두산전자도 HTL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아이폰X, 특히 OLED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부품소재가 상반기 '고난의 행군'을 겪을 것으로 보이지만 차기 아이폰 2개 모델에 OLED 탑재가 추진되는 만큼 하반기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업체 관계자는 “실적 측면에서 볼 때 '상저하고'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새로운 OLED 아이폰 물량 규모와 가격으로 보인다. 작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처음 역성장했다. 또 1000달러를 훌쩍 넘는 초고가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확인됐다. 그 만큼 공격적으로 OLED 아이폰을 공급하기에는 어려운 시장 상황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