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투명 세라믹 이야기

박영조 재료연 엔지니어링세라믹연구실장
박영조 재료연 엔지니어링세라믹연구실장

투명 세라믹을 소개하려면 먼저 세라믹이란 물질을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하지만 사실 이것부터 녹록하지 않다.

익숙한 금속이나 플라스틱을 빗대 얘기했을 때 우리 주위에서 금속, 플라스틱이 아닌 소재는 십중팔구 세라믹이라고 여기면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는 세면대, 식탁 위 도자기 재질의 밥그릇과 국그릇, 건물의 콘크리트와 유리창, 스마트폰 속에 있는 수많은 부품 등이 바로 세라믹으로 된 소재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속 세라믹은 부품이나 장치 내부에 적용된 첨단 세라믹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우리 눈에는 잘 띄지 않는다. 우주 왕복선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공기와의 마찰로 선단과 날개에 수천도의 온도가 발생할 때 이를 견디게 해 주는 외장 타일도 세라믹이다.

그런데 이러한 세라믹 가운데 투명한 것이 있었는가. 유리가 투명 세라믹을 대표하는 가운데 이 밖에 또 무엇이 있을까.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등 보석류는 자연산을 대표하는 투명 세라믹이다.

지구 지각은 여러 장의 판으로 이뤄져 있고, 맨틀 위에 떠서 계속 움직인다. 땅 속 아주 깊은 곳에서 지각 판이 서로 부딪쳐 고온·고압의 환경이 만들어질 때 바로 그곳에서 연금술 같은 일이 벌어지고, 투명한 보석들이 만들어진다.

자연산이 아닌 인조 투명 세라믹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세라믹은 고순도로 정제한 후 결함이 없는 단결정으로 성장시키면 특정한 색깔은 띠어도 대부분 투명하게 나온다. 즉 세라믹이란 물질은 원래 투명한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여기서 오염 물질이 들어가거나 미세한 기공 같은 결함이 내부에 남아 있게 되면 불투명해진다.

세라믹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오염 물질 배제와 미세 기공으로 말미암은 결함의 완전한 제거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오염 물질 제거와 관련된 현재의 정제 기술은 반도체를 만드는 실리콘의 순도를 예로 들 때 99.999999999%에 이른다. 비유하면 '옥에 티'를 넘어 '운동장에 티끌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정제 기술 수준이다.

미세한 결함도 허용하지 않는 보석이 지각 판이 부딪치는 엄청난 에너지에 의해 형성되는 고온·고압 환경에서 만들어지듯 오늘날의 연구실과 산업 현장에서는 책상만한 크기의 노에서 지구 내부와 유사한 극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옛 도공들이 온갖 성분이 섞여 있는 고령토를 요에서 구워 우리가 잘 아는 순백의 도자기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원료 분말을 고순도로 정제하고 도공의 것보다 훨씬 높은 고온·고압이 가능한 연구실의 노에서 소성해 투명 세라믹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된 이 시대에 정확하게 맞춰서 틀림없이 그 위치를 터치했지만 가끔 스마트폰이 원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는 두꺼운 유리 커버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각종 센서와 디스플레이 소자는 두꺼운 유리 커버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이를 얇고 강도도 우수한 투명 세라믹으로 대체하면 실패 없는 정확한 터치와 기능 구현이 가능해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바이오 등에 산업계는 물론 학계와 연구계의 관심이 뜨겁다. 각종 투명 세라믹과 관련해 진일보한 기술 개발의 성과가 나오고, 이에 따라 투명 세라믹의 활용 범위도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명 세라믹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시민의 삶과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첨단 소재이자 기술이다.

박영조 재료연구소 엔지니어링세라믹연구실장 yjpark87@kim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