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시장에서 간편결제가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 결제 서비스 이용 실적은 약 4326억원에 이른다. 전 분기 대비 11.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자지급결제대행(PG)을 이용한 금액이 3052억원이다. 전체 70% 이상이 PG 결제를 이용했다. 이제는 유통, 제조업 기반 업체뿐만 아니라 병원이나 호텔 등 기존의 PG 결제를 이용하지 않던 업체까지 스마트한 결제를 이용하고 있다.
국내 금융 시장에는 열악한 창업 환경과 정보기술(IT) 기업의 금융 산업 진출을 억제하는 수많은 규제가 존재한다. 금융 시장 크기도 협소하다. 그럼에도 PG 기반 간편 결제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과 모바일 쇼핑 활성화에 힘입어 모바일 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매년 30~40% 성장을 거듭하며 2018년에는 1000조원에 가까운 금액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결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에는 실물 카드가 아닌 스마트폰 하나로 결제를 끝내는 것이 최신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가운데 삼성페이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뒤를 토스의 간편송금 결제가 무서운 속도로 따라가고 있다. 삼성페이와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을 사용하는 서비스다. 삼성페이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방식을 추가 지원, NFC 결제가 되지 않는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삼성과 애플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기업도 다양한 결제 방법을 내놓고 있다. 롯데멤버스는 음파 결제 서비스 엘페이를 선보였다. 뱅크월렛의 바코드 결제도 실물 카드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
이렇게 국내 스마트 결제 시장은 규제 등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나날이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때다.
우리 기업도 잘하고 있지만 세계로 눈을 돌리면 핀테크 발전은 더욱 눈부시다. 중국 항저우에서는 스마트폰 없이도 얼굴만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안면 인식 결제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는 항저우를 스마트시티로 바꾸려 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가상현실(VR)에서도 가상 카드로 결제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앞으로도 PG 기반의 다양한 결제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다. 소비자 선택의 폭도 그만큼 다양해진다. 관련 산업에서는 상황에 적합하고 목적에 맞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나이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 결제 시스템이 시장에서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판매자를 위한 결제 서비스 보완에 힘써야 한다. 핀테크 기술 발전과 함께 소비자를 위한 간편 결제가 확대됐다. 삼성페이, LG페이, 애플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이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됐다. 이에 반해 판매자는 여전히 판매시점정보관리(VAN POS) 기기를 고가에 구입하거나 큰 단말기를 휴대하고 다닌다. 무선 결제기 역시 판매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불과 5년 사이에 최종 사용자, 즉 구매 고객에게 특화된 결제 서비스가 시장을 장악했다. 모든 카드사와 은행에서 각기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들 서비스는 전부 구매 고객을 위한 서비스다. 그러나 최근 그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다. 구매 고객 입장에서가 아니라 판매자를 위한 결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이것이 바로 통합 결제 시스템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비자를 위한 간편 결제 서비스와 판매자를 위한 간편 결제 시스템, 이 두 가지가 병행되는 시스템이 지금의 결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황인철 인피니소프트 대표 ceo@infinisof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