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영국이 금주에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2단계 협상에 착수, 브렉시트 이후 양측간 미래관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먼저 EU 측 협상 수석대표인 미셸 바르니에 전 EU 집행위원은 5일 런던을 방문, 영국 측 협상 수석대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과 회동한다.
이어 6일부터 8일까지는 양측 협상대표단이 브뤼셀에서 만나 브렉시트 전환(이행) 기간 등에 대한 협상을 벌인 뒤 오는 9일 양측 차석대표 회동을 통해 첫 협상을 마무리한다.
5일 예정된 바르니에 EU 측 수석대표와 데이비스 영국 측 수석대표 회동은 EU가 협상팀에 2단계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후 첫 만남이라는 데서 주목을 받고 있다.
EU 측은 작년의 경우 한 달에 한 차례 2~3일에 걸쳐서 가졌던 브렉시트 협상을 올해는 더 빠르게 진행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양측은 오는 3월 22~23일 열리는 EU 정상회의 이전에 브렉시트 전환 기간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지어 정상회의에서 이를 추인받은 뒤 곧바로 무역협정과 같은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에 착수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예정된 첫 대표단 협상에선 브렉시트 전환 기간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양측은 그러나 브렉시트 전환 기간 양측의 권리와 의무를 놓고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2단계 첫 협상부터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EU는 우선 브렉시트 전환 기간을 오는 2019년 3월 영국이 EU를 탈퇴한 직후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로 정하고 이 기간에 영국은 EU의 단일시장 접근권을 갖는 대신 EU의 법과 제도를 따라야 하되 EU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영국은 EU 회원국 시절 때처럼 EU의 동의가 없으면 제3국과 개별적인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현재 있는 EU의 법·제도뿐만 아니라 브렉시트 전환 기간에 EU가 새로 제정하는 법과 제도도 따라야 하며 EU 최고법원이 유럽사법재판소(ECJ)의 사법관할권이 영국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EU의 협상 가이드라인에 영국 측은 반발하고 있으며 브렉시트 전환기간에 영국에 체류하는 EU 회원국 국민은 영국이 회원국이었던 시절과 같은 권리를 향유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맞불을 놓는 한편, ECJ의 사법권할권 적용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가 뚜렷해지면서 브렉시트 전환기간에 대한 협상이 오는 3월 EU 정상회의 이전에 타결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양측이 오는 3월 EU 정상회의 이전에 브렉시트 전환기간 문제를 타결짓지 못할 경우 양측간 무역협정 협상 착수는 늦어질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오는 6월 말 EU 정상회의 이후로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돌고 있다.
EU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3월 정상회의에서 무역협정 협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갖기를 기대한다”면서 “하지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너무 신중해서 그때까지 영국의 요구사항을 내놓지 않으면 제때에 우리 입장을 준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