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올해 2분기 출시할 미국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에퀴녹스' 가격을 3000만원 초반대로 책정한다. 국내 주력 모델은 1.6리터 디젤로, 가솔린 모델도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국산차와 대등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이달 말 출시 예정인 현대차 신형 '싼타페'와 정면 승부를 펼치겠단 전략이다.
7일 한국지엠 관계자는 “에퀴녹스는 국내에 1.6리터 디젤 모델을 주력으로, 이르면 4월부터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국내 판매 가격은 미국 현지 가격(3만 달러 초중반대)과 비슷한 3000만원 초중반대로 가격을 책정, 국산 동급 모델과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에퀴녹스 가격 경쟁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한국지엠은 쉐보레 대형 세단 '임팔라' 도입 당시 미국 현지 가격보다 저렴한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단기간에 판매량을 끌어 올렸다. 현재 에퀴녹스는 미국 시장에서 1.6리터 터보 디젤 LT(기본형) 기준으로 3만1695달러(약 3450만원)부터 판매된다. 국내 가격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부터 시작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국내에 판매할 에퀴녹스는 미국 공장 생산 모델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볼 수 있다”면서 “최대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내부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퀴녹스는 미국에서 1.5리터 가솔린과 2.0리터 가솔린, 1.6리터 디젤 3가지 제품군이 판매된다. 이 가운데 국내에는 1.6리터 디젤이 주력 모델로 자리할 예정이다. 디젤 모델을 선호하는 국내 SUV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나머지 1.5리터 가솔린과 2.0리터 가솔린도 국내 수요에 따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한국지엠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입차의 단점인 공급 물량 확보에도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에퀴녹스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돼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판매된다. 이들 공장 3곳의 연간 생산 규모는 100만대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내에 물량을 공급할 미국 공장은 연간 20만~30만대 수준의 생산 규모를 갖췄다.
이 관계자는 “에퀴녹스는 국내 물량 부족 사태를 겪은 볼트 전기차(EV)처럼 특정 공장에서만 생산하지 않고 3곳에서 동시에 생산된다”면서 “국내 물량 공급도 원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국내 중형 SUV 시장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이달 말 현대차가 6년 만에 4세대로 완전변경을 거친 신형 싼타페를 내놓는다. 쌍용차는 지난해부터 신차 G4 렉스턴과 G4 렉스턴 스포츠를 연달아 내놓고 중대형 SUV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도 하반기 중 QM6의 상품성을 강화한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한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