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최수진 산업부 신산업 MD, 제약업계 원조 여풍에서 '바이오 플랫폼' 전도사로

최수진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 신산업MD
최수진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 신산업MD

제약업계 최초 여성 임원. 최수진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 신산업MD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기업을 떠나 공공기관에 근무한 지 5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그는 보수적이던 제약업계 원조 '여풍'으로 기억된다. 인생 2막을 제약·바이오 업계 발전에 힘 쏟겠다던 그는 이제 '바이오 플랫폼 비즈니스' 전도사를 자처한다.

최수진 신산업MD는 대학교 졸업 후 대웅제약에 입사, 공장에서 의약품 합성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만 해도 공장에서 여직원을 구경하기 어려웠다.

최 MD는 “대웅제약에 입사했을 때 동기 중 유일하게 공장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거기서도 여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면서 “신입 때 현장 경험을 쌓은 것이 돌이켜 보면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회사 생활은 승승장구했다. 입사 10년 만에 이사로 초고속 승진했다. 30대 임원도 이슈였지만, 제약업계 최초 여성임원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 받았다.

2013년 대웅제약 생명과학연구소 본부장(상무)을 끝으로 회사를 나왔다. 유리천장을 극복하며 지내 온 회사 생활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 PD를 거쳐 2016년부터 산업부 R&D 전략기획단 신산업 MD를 맡고 있다.

최 MD는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제네릭 중심으로 폐쇄적 구조였지만, 최근 신약개발부터 영역 간 융합이 활발히 일어난다”면서 “글로벌 진출 사례도 늘어 정부 지원이 적절하게 제공되면 성장 폭은 배가 된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가 역점을 두는 것은 바이오 플랫폼 생태계 조성이다. 기업, 병원, 연구소 간 유기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효율을 높이고, 신 시장을 만든다.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시키는 게 정부 역할이다.

최 MD는 “양질 데이터가 축적되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공유 플랫폼이 만들어졌다”면서 “산업 내 다양한 참여자가 공유 플랫폼을 활용해 거래비용을 낮추고 효용을 극대화하는 게 바이오 플랫폼 산업 핵심”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을 강조하는 것은 산업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자 중심 전통 제약·바이오 시장이 무너지고, 수요자 맞춤형 시장이 떠오른다. 특정인, 집단을 대상으로 상품,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데이터'가 자산이 된다. 정보 공유 플랫폼을 축으로 수요자 맞춤형 상품, 서비스 기업이 연결되는 구조다.

분산형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이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기대한다. 이 플랫폼은 병원마다 다른 의료정보 서식을 공통데이터모델(CDM)로 통일한다. 연구자, 기업이 필요한 정보를 원본 데이터가 아닌 분석 결과 값만 제공한다. CDM으로 전환한 국내외 병원, 기관 정보를 개인정보보호 이슈 없이 제공받는다.

그는 “제약사 등 데이터 수요자는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규정 탓에 의료정보 접근·활용이 제한적인데다 개별병원 단위로 데이터를 제공받다 보니 연구 통일성, 연속성이 떨어진다”면서 “CDM으로 전환해 분석 결과 값만 얻는 플랫폼을 구축하면 대량정보를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빅데이터는 통계 데이터, 비식별 데이터, 개인 데이터 순으로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의료정보 활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제도정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