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사업자 A사가 애플 갑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A사는 이동통신사로부터 아이폰6 조달을 계약하고 이벤트를 준비하며 출시를 완료했다. 아이폰6는 출시 4년이 지난 구형폰이지만 A사는 처음 출시하는 제품이어서 의미가 남달랐다.
A사는 출시를 앞두고 이통사로부터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아이폰6를 출시하지 마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통사가 A사에 아이폰6를 공급한다는 사실을 애플코리아가 인지, 모든 일정을 중단시킨 것이다. 알뜰폰 사업자는 허탈했고, 소비자는 알뜰폰 사업자에게 불만을 쏟아냈다.
아이폰6 출시는 며칠 후 이뤄졌다. 출시를 지연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다만 애플은 알뜰폰 업체에 '아이폰'이 아닌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알릴 것을 요구했다. A사는 대가를 지불하고도 구입한 아이폰을 마음대로 팔 수 없는 현실을 개탄했다.
애플은 A사뿐만 아니라 알뜰폰 사업자에 최신 아이폰을 공급하지 않는다. 알뜰폰에서 리퍼폰이 아닌 최신 아이폰을 찾기 어려운 까닭이다. 저렴한 상품 중심인 알뜰폰이 아이폰을 판매하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소문만 무성하다.
애플은 지난달 미국에서 앞으로 5년 동안 3500억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일자리를 2만개 창출하고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을 본국으로 송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웨이터 법칙'이라는 게 있다.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잘해 주지만 웨이터에게 거만하게 행동한다면 그 사람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사람은 결국 또 누군가에게 외면당할 거란 메시지다. 자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앞에서는 굴복하면서 알뜰폰 업체의 재고떨이 아이폰 판매마저 못마땅해 하는 게 애플이다.
'뉴스는 새로워야 한다'고 했다. 애플의 갑질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이미 밝혀진 것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애플이 약자인 알뜰폰 사업자를 배려하고 진정으로 국내 소비자를 위한다는 새로운 뉴스를 기대한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