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부품소재에서 길을 찾자]<3> 성능평가 협력, 후방산업 제2의 도약 기틀 마련 기대

반도체 장비, 재료, 부품 등 후방 산업계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테스트베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실제 생산라인에서 시제품 성능평가를 해 보지 않으면 문제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고 이 때문에 공급이 어렵다. 그러나 이런 테스트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다. 신생 업체일수록 특히 그렇다. 글로벌 장비 재료 업체는 자체 테스트 공장을 갖고 있어서 어느 정도 장비를 개발, 완성해 놓고 판매 협상을 벌인다. 아직 국내에는 그 정도 규모를 가진 후방 업체가 전무한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포함해 국내 후방산업계 주요 인사들과 함께 상생발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 주요 활동 사항에 '성능평가 지원'이 들어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2년까지 연간 70회(디스플레이까지 합치면 연간 100회)의 성능평가를 약속했다. 그간 이 성능평가 사업은 협회 중심으로 민간이 주도했지만 연간 실시 횟수가 10회 수준에 그치는 등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이번 위원회 발족을 계기로 후방 국내 중소·중견 기업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요리 도구가 있어야 새로운 음식 메뉴를 개발할 수 있듯이 반도체 후방 산업계도 단순 카피가 아닌 새로운 제품군을 개발하고 내놓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사업이 시작되면 성능평가 혜택을 받는 기업이 두루 배출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 작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선정 과정이 또 다른 장벽으로 인식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 선정 작업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전방산업계 일각에선 “후방 산업에 종사하는 업체 스스로도 혁신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장비, 재료 업체는 연간 매출액 10~20%를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한다. 해외 기업보다 많은 R&D 투자액 비율이 높은 국내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 한 자릿수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