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2016년 무혐의 처분했던 가습기살균제 표시·광고 사건을 다시 심사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과거 잘못된 심의에 대해 “통렬히 반성한다”며 “공정위의 모든 법적 수단을 이용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민사소송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에 과징금 총 1억3400만원을 부과하고, SK케미칼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 2명, 애경산업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 2명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과거 공정위가 무혐의 처분했던 사건을 재심사해 당초 결과를 뒤집고 해당 기업을 제재한 이례적 사례다.
2016년 공정위는 화학물질인 CMIT·MIT가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의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심사해 '심의 절차 종료'로 마무리했다. 당시 시점에서 CMIT·MIT 인체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아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사실상 무혐의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지난해 공정위는 외부 전문가 중심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사건 처리 전반을 조사했다. TF는 당시 공정위 판단이 잘못됐다며 추가 조사·심의를 요구해 공정위가 사건을 재검토 했다.
공정위는 CMIT·MIT가 포함된 가습기살균제가 소비자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로선 위해성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던 2016년과는 전혀 다른 판단이다.
인민호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역학조사를 통해 CMIT·MIT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피해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인체 위해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가 가습기살균제 흡입시 위해성 정보를 은폐·누락하고, 안전과 품질을 확인받은 제품인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내재된 위해성과 표시·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 위험성에 대한 정보 사이에 큰 차이가 있어 소비자 오인을 유발해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인민호 과장은 “표시·광고에 흡입 관련 어떤 경고나 주의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소비자가 제품 위해성을 인식하기에는 현저히 부족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SK케미칼 3900만원, 애경산업 8800만원, 이마트 700만원 등 총 1억34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표시광고법상 최대 과징금 부과율을 적용했지만, 가습기살균제 제품 1개 판매가가 3000~4000원 수준이라 3사 합산 총 매출액이 총 74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SK케미칼 법인과 전 대표이사(홍지호, 김창근), 애경산업 법인과 전 대표이사(안용찬, 고광현)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공소시효(5년)가 지나 고발하지 못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임을 제대로 못한데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피해자 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번 조치로 공정위 책임을 완수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허용되는 관련 자료를 소송 등 피해구제 절차를 진행 중인 분들께 충실히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