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 당사자를 강력하게 제재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부터 실시한 재조사와 관련해 SK케미칼, 애경, 이마트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억34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과징금은 표시광고법이 허용하는 최대 금액이다. SK케미칼 김창근·홍지호 전 대표, 애경 안용찬·고광현 전 대표와 각 법인도 검찰에 고발된다. 과징금에 당사자까지 형사 처분을 요청했으니 지금까지 나온 판결 가운데 가장 강력한 제재 조치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유해 물질로 판명된 환경부의 결과가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사회 논란이 끊이지 않은 사건을 전면 재조사에 들어가 점은 환영할 일이다. 더욱이 이미 종결된 사건을 번복하면서 바로잡으려는 의도도 기존의 공직 사회 관행에 비춰볼 때 신선해 보인다.
문제는 시기와 정책의 일관성이다. 살균제 사건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건 발생 후 첫 판결인 2012년 2월에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리했지만 비판 여론이 들끊어 2016년 8월 재심의했다. 그러나 역시 인체에 유해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 절차를 종료했다. 2016년 11월에 공소 시효 기산일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어 사건을 재심의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지만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누가 봐도 표면상으로는 종료된 사건이었다.
따져 보면 첫 조사 이후 무려 7년 만에 기존의 결정을 뒤엎는 판결이 나왔다. 공정위는 세 번이나 사건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놓쳤다. 그동안 마음고생을 했을 피해자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두 번이나 무혐의로 처리한 사건을 180도 돌려놓으면서 체면이 크게 구겨졌다. 공정위의 판결 신뢰성에 큰 흠집을 남겼다. 잘못된 결과를 바로잡았다는 자부심 이전에 뼈를 깎는 자성의 목소리가 없다면 이번 판결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