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산업이 마주하고 있는 환경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다. 전 세계 각국 정부의 엄격한 규제는 물론 예측 불가능한 사업 환경 변화에 직면했다.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전혀 새로운 사업 환경이 도래했다. 보험 산업은 금융 시장의 핵심 근간 가운데 하나다. 최근 금융 산업에 정보기술(IT)이 접목되면서 핀테크 산업이 떠올랐다.
보험업계도 핀테크 시대에 진입하면서 보험의 재정의를 촉구하는 인슈어테크 바람이 거세다.
디지털 시대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물론 일하는 방식까지도 모두 바꿔 놓았다. 자연히 보험 산업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 시대의 이런 역동하는 변화와 끊임없는 혁신은 새로운 기술이 산업 분야는 물론 소비자와 어우러지면서 가능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소비자 태도 변화 연구에 활용하면 보험 업계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 고객이 어느 시점에서 태도가 왜 달라지는지 미리 알 수 있게 되면 '미래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은 보험업계에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줬다. 보험업계가 디지털 기술을 단순하게 새로운 보험 유통 경로 정도로 여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 디지털 영향력은 유통 경로뿐만 아니라 가치 사슬(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유통시키면서 부가 가치를 창출해 가는 전 과정)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보험 업계의 가치 사슬을 바꾸는 방법은 다양하다.
먼저 브랜드 관리나 소셜 미디어 활용 수준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고객을 위해 최적화한 맞춤형 인터넷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전화나 인터넷은 물론 소셜 미디어나 모바일 기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다. 앞으로는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인공지능(AI)이 판매 에이전트를 대체하는 작업으로 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챗봇이 보험 설계사 역할을 일부 대체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보험사와 고객이 직접 만나는 시대의 도래다.
한국도 보험 슈퍼마켓 '보험다모아'를 통해 인슈어테크의 첫발을 뗐다.
보험다모아 사이트를 통해 소비자는 이제 자신이 원하는 보험 상품을 비대면으로 설계하고 찾을 수 있다. 자동차 보험을 시작으로 생명·손해보험협회 중심으로 실손·연금·여행자보험 등 주요 보험 상품을 검색하는 고도화 작업이 지속 진행되고 있다. 보험다모아는 월평균 방문자만 10만명이 훌쩍 넘는 인슈어테크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에이전트가 추천하는 보험 상품 설계를 고객이 '플랫폼'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설계하는 변화의 시대가 왔음을 말해 준다.
보험다모아가 시장 안착이 성공하게 된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요소가 있다. △효과 높은 소비자 중심 유통 △시장 대응성 △운영의 탁월성이다.
디지털 시대에 항상 고객과 연결되고, 분석하며, 남들보다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재빨라야 한다. 이 세 가지 요소를 보험다모아가 최초로 구현했다.
강매를 하지도 않고 개인 정보에 기초해 라이프스테이지에 맞는 최적의 보험을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보험 산업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의 바람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보험다모아 같은 핀테크 플랫폼을 좀 더 촘촘하게 고도화하고, 민간 보험사도 인슈어테크 기반에 맞는 플랫폼 개발과 인력 운용 및 소비자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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