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로봇이 1000만 보험설계사를 대체한다.....인슈어테크 산업 부상

뉴욕에 위치한 스타트업 레모네이드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보험 가상비서 마야. 이 기업은 보험신청을 설계사 대신 마야(MAYA)라는 가상 여서비서를 통해 인슈어테크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뉴욕에 위치한 스타트업 레모네이드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보험 가상비서 마야. 이 기업은 보험신청을 설계사 대신 마야(MAYA)라는 가상 여서비서를 통해 인슈어테크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인공지능(AI), 스마트홈 등 비대면 기반 스마트 기기가 보험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세계 1000만명 이상의 보험설계사 업무를 스마트 기기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또 하나의 4차 금융혁명, 인슈어테크가 떠올랐다.

18일 정보통신(IT)·보험업계에 따르면 미국, 일본을 비롯해 한국 등이 인슈어테크 시장 창출에 나섰다.

인슈어테크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보험과 융합해 산업을 혁신시키는 일련의 서비스·기술을 뜻한다.

미국 중심으로 AI가 보험설계사 에이전트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앞으로 보험 회사의 영업사원을 거치지 않더라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 다양한 채널을 통해 보험사와 고객이 직접 만나게 된다.

최근에는 다양한 보험 상품을 한곳에 모아 고객에게 판매하는 인터넷 웹사이트(aggregator)까지 등장했다. 한국도 보험다모아를 통해 이 같은 인슈어테크 진입을 시작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스타트업 레모네이드는 최근 AI 챗봇을 보험 모델에 적용했다. 이 기업은 AI, 행동경제학, 챗봇을 상품 전면에 적용했다. 보험 계약은 90초, 보험 청구는 3분 만에 각각 완료하는 새로운 인슈어테크 서비스 모델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AI는 보험 심사와 견적에 활용한다. 여기에 모바일만으로 페이퍼리스 계약을 체결, 계약 서명과 본인 확인 서류 발송 단계를 없앴다.

보험금 청구도 간단하다. 버추얼 비서에게 청구 역할을 맡겼다. 보험 신청은 가상의 여성 비서 마야(MAYA), 보험금 청구는 남성 비서 짐(JIM)이 각각 담당한다.

그 밖에 카스코(Kasco)는 각종 보험 상품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비대면 플랫폼을 개발했다. 핏센스와 루스트, 코쿤은 웨어러블과 스마트홈 기기를 보험사 상품에 융합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활용한다.

해외 다국적 기업 패브릭은 최근 흥미로운 인슈어테크 상품을 개발했다. 신생아를 둔 엄마와 육아 중인 여성 기업가 대상 상품이다. 부모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자녀에게 보험금을 남기는 서비스다. 상품 가입 등 모델이 독특하다. '패브릭 인스턴트' 서비스다. 인스턴트 신청은 말 그대로 보험 신청부터 가입까지 2분 만에 완료된다. 이름, 생년월일, 사회보장번호 등 기본 정보를 설계사 없이 온라인에서 입력만 하면 된다. 보험료는 월 6달러다. 가입하면 10만달러를 보장받는다. 그동안 생명보험은 보험설계사 대면이 원칙이었다. 판매원이 불필요하게 비싼 상품을 강매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인스턴스 서비스로 이 관습이 파괴됐다.

전화나 인터넷은 물론 소셜 미디어나 모바일 기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보험 산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국도 보험다모아 등 비대면 기반의 인슈어테크 첫발을 내디뎠지만 AI 등 기술 고도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조원에 이르는 보험 산업 선점을 위해 보험사들이 현재 보유한 사업 모델, 유통망, 사업 규모를 조속히 파괴하고 뛰어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 설계사 대부분이 소비자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상품 내용도 잘 모른 채 판매하고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AI와 스마트홈 기기를 활용해 상품 계약부터 청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 체계가 도입되면 막대한 인력 운용비는 물론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다.

컨설팅 업체 액센추어의 관계자는 “인슈어테크는 디지털 유통을 통해 더 가치 있는 고객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를 제품에 적절하게 반영하면 매출이나 수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한국도 인슈어테크 고도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