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과 함께한 설 연휴가 끝났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 개막식 이전부터 이슈가 많았다. 5세대(5G) 이동통신,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개막식 행사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3000m 계주에서 넘어지고서도 1등으로 예선을 통과한 여자팀에게 세계의 관심이 쏠렸고,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선수의 롱런 가능성도 화제가 됐다. 500m 결승에서 실격 패널티를 당한 최민정 선수가 1500m 결승에서 팔을 몸에 붙인 채 선두로 치고 나와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연후 마지막 날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 일본 선수의 우정도 뭉클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5G 이통 기술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ICT 올림픽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개막식장부터 올림픽 행사를 치르는 곳곳에 첨단 신기술이 접목됐다.
개막식 때 보여 준 발광다이오드(LED)등과 강풍 속에서도 오륜기를 그린 드론 퍼포먼스, 크로스컨트리 경기에서 원하는 선수를 골라 볼 수 있는 '옵니뷰' 서비스 등은 5G 통신네트워크 기반으로 가능했다. 5G 기술은 데이터 전송 속도가 롱텀에벌루션(LTE)보다 20배 빠르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0.001초 이상 빠르다. 개막식 때 강풍 속에서도 드론을 정확하게 조종할 수 있게 된 비결이다. KT는 이번 올림픽 기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5G 통신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글과컴퓨터는 각국 선수와 관계자들에게 8개 국어 동시 통·번역 애플리케이션(앱)인 '말랑말랑 지니톡'을 제공하고 있다. 문화ICT관에서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게임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 연결한 다양한 문화 작품을 전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대한항공 등 올림픽 공식 파트너 또는 후원사로 참여한 기업들의 홍보가 사라졌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기업의 홍보는 낙제에 가깝다. KT가 5G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흥이 나지 않는다. 현장에서 미적지근하게 기술을 알릴 뿐 대규모 마케팅은 벌이지 않는다. 아예 평창을 지원한다는 것조차 알리기를 꺼린다. 공식 후원 기업조차 이런 저런 이유로 관련 홍보를 자제한다.
안방에서 열린 세계 스포츠 잔치에 브랜드를 알리고 기술과 제품을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우리 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다른 나라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앞 다퉈 홍보하던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업들이다. 왜 그럴까.
기업은 총수가 검찰 및 경찰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고,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철수를 결정하는 이 상황을 '홍보할 때'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침묵할 때'라고 여기고 있다. 마케팅 담당자에게는 최악의 올림픽이다.
기업에 평창 동계올림픽 '잔칫상' 이후가 여전히 두렵다. 잔칫날 잔치 분위기가 나야 주인장이 나와서 고객을 접대하고 음식을 나누는데 '잔칫상'인지 '제사상'인지 구분이 안 가는 기업인은 해외 바이어를 초대조차 못했다.
우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에서 바이어와 함께 웃고 응원하는 기업인을 보지 못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정치만 남고 기업이 사라진 올림픽으로 기억될까 두렵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