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정부와 전기자동차 업계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매년 줄어드는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때문이다. 정부와 관련 업체뿐만 아니라 전기차 제작사와 충전기 구축·서비스업체, 충전기 제조사 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4년 민간 보급 이후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언뜻 보면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한 충전기 보조금 지원이 필요한 정책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첫 단추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다.
2014년에 700만원 하던 충전기 보조금이 매년 100만~200만원 줄면서 올해는 150만원까지 떨어졌다. 보조금이 줄면 줄어든 만큼 전기차 제작사나 소비자가 이를 부담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충전기와 전기공사비만 줄었다. 전기차 제작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결국 보조금은 아무리 줄어들어도 '보조 수단'이 아니라 충전기와 전기 공사·설치비를 포함한 전체 비용으로 자리를 잡았다.
보조금이 제품 제조, 설치, 운영 등 과정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으로 악용되면서 충전기 제조사는 제품 단가를 줄이기 위해 각종 편의 장치를 생략했다. 심지어 충전 전력 사용량 체크를 위한 계량기나 충전 케이블이 없는 제품까지 등장했다. 부실 전기 공사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술 고도화를 통한 첨단 제품이나 안전보다는 무조건 싼 제품을 내놓는 게 업계의 최우선 전략이 됐다.
정부의 과실도 있다. 처음부터 현실성은 따지지 않고 700만원이라는 지나친 돈을 지원하며 시장을 길들였다. 정부는 이 같은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2017년 이후 충전기 보조금제도를 폐지한다고 공표했다가 실천하지 못했다. 그 대신 올해부터 불필요한 수수료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공용 충전기를 충전기 제조사만 공급하도록 조치했다. 이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근본 해법이라 할 수 없다.
전 세계에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을 지원하는 국가는 드물다. 전기차를 사면 제작사가 충전기를 제공하거나 이를 소비자가 구매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700만원 보조금이 150만원이 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비정상의 일이 발생할지를 예상했어야 했다. 충전기 보조금제도에 부작용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없애고 업계에 명확한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