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국민 불편 해소 '편의점 상비약 판매' 6년째 도돌이표…"복지부는 국민보다 이익단체 우선?"

[이슈분석] 국민 불편 해소 '편의점 상비약 판매' 6년째 도돌이표…"복지부는 국민보다 이익단체 우선?"
[이슈분석] 국민 불편 해소 '편의점 상비약 판매' 6년째 도돌이표…"복지부는 국민보다 이익단체 우선?"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한 편의점 판매 안전상비약 종류 확대 논의가 재점화됐다. 지난해 말 약사단체 반발로 확대 판매가 불발된 지 3개월 만이다. 주말·심야시간 등 '약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 불편함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제5차 응급의약품 접근성 확대를 위해 '안전상비약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개최, 편의점 상비약 확대방안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12월 4일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5차 회의에서 대한약사회 대표로 참석한 위원 1명이 자해를 시도하며 회의가 전면 중단됐다.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제도는 심야시간이나 공휴일 시 의약품 구입 불편을 완화하기 위하여 도입됐다. 현행 약사법 제44조의2에 따르면 안전상비의약품은 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서 시급하게 사용하며 환자 스스로 판단해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통해 13품목을 선정했다.

제도는 2012년 11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후 6년이 지나도록 품목 확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복지부는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본격 추진했다. 5차례 회의를 통해 품목조정안을 논의했다. 국민 요구가 낮은 안전상비의약품은 현행 13개 지정목록에서 제외하거나 야간, 휴일에 시급히 사용할 필요성이 높은 일반의약품은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이다.

현행 약사법 상으로는 20개 품목 이내 범위에서 정할 수 있으나 효율적 회의 진행을 위해 품목조정에 한정했다. 지난해 5차 회의까지 확대를 검토한 의약품은 제산제, 지사제, 항히스타민제, 화상연고 등이다. 이중 제산제 '겔포스'와 지사제 '스멕타'가 추가될 의약품으로 거론된다. 약사회 반대로 지정심의위원회 표결심의가 무산되면서 정부와 약계 갈등은 진행형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011년부터 정부에 소화제·해열제·지사제·진해제·화상연고 등을 일반의약품 중 약국 외 판매 품목으로 제안했다. 현행 약사법에서 일반의약품은 '오·남용 우려와 부작용이 적고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의약품이다. 약사회는 편의점 약품 판매가 숱한 부작용을 일으키며 국민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남은경 경실련 팀장은 “편의점 상비약 판매 확대는 의약품 사용 직역주의에서 벗어나 과학적 분류 기준에 따라 판단돼야 할 사안”이라며 “상비약이나 일반의약품에서 기준 이상 부작용이 발생되면 의약품 재분류로 안정성 문제를 체계적으로 개선하면 된다”고 말했다. 남 팀장은 “복지부가 6개월마다 모니터링해 품목을 확대하겠다던 약속은 지키지 못하고 최초 13개 제품이 6년간 유지돼 의약품 사용 국민 불편은 해소되지 않았다”면서 “약사단체가 국민 불안을 부추겨 상비약 국민 접근성 확대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약사회는 3월 상비약 품목 조정안을 복지부에 제시한다. 복지부는 약사회 입장을 무조건 수용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편의점 판매 확대를 반대하는 약사회가 합리적이고 수용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면 위원회 논의를 거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약사단체는 타이레놀, 부루펜과 같이 기존 편의점 판매 상비약 지정 품목도 안전성 등에 문제가 있어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국민 수요가 높은 해열진통제 품목 제외 시, 상비약 편의점 판매 제도 목적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 편의점 상비약은 원래 제도가 만들어진 취지와 같이 약국이 문 닫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2시 또는 주말에 수요가 높고, 국민적 만족도가 높다. 복지부가 안전상비의약품 제도 시행 평가와 국민 수요 조사를 위해 실시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제도 시행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고려대 산학협력단 최상은 교수 수행, 소비자 전국 19세 이상 성인 1389명·판매자 283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93.9%가 상비약의 편의성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품목 수는 현 수준 유지 49.9%, 확대 43.4%로 답했다. 현재 판매 중인 안전상비의약품 중 약사회가 유독 부작용을 거론하며 품목 철회를 지목하는 제품은 소비자가 '많이 찾는 제품'인 타이레놀과 부루펜 등 해열진통제다.

해열진통제는 상비약 제도 도입 후 매년 전체 편의점 상비의약품 판매량의 36%를 차지한다. 국민적 수요가 가장 높은 품목이다.

약사단체는 이 약에 판매를 반대한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13개 상비의약품의 부작용이 2012년 안전상비약제도 도입 후 2012년 124건에서 지난해 368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아세트아미노펜 부작용으로 사망이 6건 발생했다. 통계에 문제가 있다. 편의점, 약국, 병원 원내처방 등 판매경로가 구분되지 않은 분석이라는 점이다. 편의점 판매로 부정적 반응이 증가했다는 판단 근거가 되지 못한다. 각 상비의약품 부작용 보고 수치도 각 제품 판매량 비율(%)이 아닌 절대 수치만 내놓았다.

타이레놀, 부루펜 등 제품 판매 철회는 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해열진통제를 제외하라는 의미다. 심야 시간이나 취약시간대 이용 불편을 해소하자는 제도 목적에도 어긋난다. 타이레놀은 성인뿐 아니라 소아, 임산부까지 사용 가능하다. 의사뿐 아니라 약사들도 대표적으로 안전하다고 꼽아온 성분이다.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미국 FDA에서 약물 분류 5가지 중 사람에게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는 B등급, 호주식약청(TGA)에서는 임산부가 가장 안전하게 사용하는 A등급으로 분류됐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 포장단위는 약국과 다르다. 아세트아미노펜 500㎎의 경우 최대용량은 4000㎎/pack(8정)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준이다. 다만 편의점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편의점 종업원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국민 건강권을 위한 제도 보완은 필요하다.

현행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제도는 정부와 위원회 전문가 합의에 따라 엄격한 기준아래 의사 처방이나 약사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안전성이 확인된 품목만이 지정됐다. 이는 1차 안전상비의약품 선정 시 모두 고려된 사항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상비약 품목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약 허가 과정에서 안전성 검증을 충분히 거쳐 시판 허가한 의약품”이라면서 “기존에 지정된 상비약이 안전성 측면에서 치명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심의위에서 제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국민 불안을 부추겨 상비약 접근성 확대정책에 발목 잡으려는 약사회 태도는 전문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하락과 비판을 동시에 받을 것”이라면서 “정부는 국민 상비약 접근성 확대정책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을 명심하고 약속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편의점 상비약 판매 확대 대신 공공심야약국 법제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편의점 상비약 판매시간 제한도 주장했다.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안전상비약 판매시간 제한 입법화를 복지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약국이 문을 여는 시간을 제외하고 밤 10시나 11시부터 안전상비약을 판매하도록 시간제한을 해달라는 의견이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