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모바일 전자주총 시대…주목받는 소액주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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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는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는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되고, 모바일 전자주총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전까지와의 주총 시즌과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주총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소액주주 역할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기업들도 바뀐 제도에 맞춰 주총을 분산 개최하고, 소액주주 참여를 독려한다. 새로운 주총이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된다.

◇섀도보팅 폐지 후 첫 주총

지난해 말로 섀도보팅 제도가 완전히 폐지됐다. 섀도보팅이란 주총에 참석하지 못하는 주주를 대신해 한국예탁결제원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주총에 참여한 주주가 투표한 비율대로 주총에 참여하지 않은 주주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개인 투자자가 급격히 증가했던 1991년 도입했으며, 주총 개최 정족수를 맞추기 위한 해결책이었다. 당시 개인 투자자는 주총에 참여하는 비율이 매우 낮았다. 섀도보팅 도입으로 상장사 주총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문제도 발생했다. 의결 정족수를 쉽게 확보하다보니 기업에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속속 나왔다. 최대주주나 경영진에게 유리한 안건을 쉽게 처리하는 일이 빈발했다. 결국 2013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면서 섀도보팅 조항을 없앴고, 지난해 말까지로 한 유예기간도 끝나면서 완전히 폐지됐다.

섀도보팅 폐지에 따라 그동안 형식적으로 열렸던 주총이 개인 투자자 참여를 통해 내실 있게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소액주주 목소리가 한층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새 제도를 적용하는 첫해다 보니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주총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것부터 감사 선임안 의결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감사 선임의 경우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따라서 감사 선임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정족수는 주주 25% 이상이 필요한데, 대주주를 제외하고도 주주 2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감사를 뽑지 못하면 과태료를 내고, 증시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든 참여

섀도보팅 폐지가 효과를 거두려면 소액주주 참여가 필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들에게 주총을 특정 날짜에 집중해서 개최하지 말고, 분산 개최하도록 유도했다.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0개가 넘는 기업이 하루에 집중되는 등 슈퍼주총은 여전했다. 그래도 주총이 가장 많이 열리는 3일간 집중도가 지난해 70.6%에서 올해 51.4%로 낮아졌다.

소액주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자투표 제도가 꼽힌다. 주주가 주주총회가 열리는 현장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2009년에 도입했지만,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그래서 다시 대안으로 만든 것이 모바일 전자투표 제도다. 올해 처음 도입하는 모바일 전자투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주총에 참여할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전자투표·전자위임장 모바일서비스 오픈
한국예탁결제원, 전자투표·전자위임장 모바일서비스 오픈

금융당국은 전자투표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유인책도 마련했다. 예탁결제원은 하루 1000명씩, 총 3만명의 전자투표 이용자에게 1인당 5000원 상당의 모바일 기프티콘을 제공할 계획이다.

◇기업-소액주주 응답할까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2~3월 주총 개최 상장사 중 전자투표를 채택한 곳은 705곳에 그쳤다. 전자투표(전자위임장 포함)에 참여한 비율은 주식 수 기준으로는 2.18%(기관투자가 포함)에 불과했다.

결국 올해부터 새로운 주총을 만들려면 기업과 소액주주의 획기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기업은 주총 분산개최를 통해 주주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액주주는 주총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참여해 의사를 표시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기업들의 변화는 시작됐다.

SK그룹은 주요 계열사와 정기주총을 나눠 열기로 하는 등 주주친화경영에 나선다고 밝혔다. SK는 지난해 12월 주요 지주사 중 최초로 전자투표제 도입을 결정했고, SK텔레콤도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화그룹도 주주 권익 보호와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해 그룹내 상장계열사 주총 날짜를 분산 개최하고, 전자투표제를 상장계열사에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테크윈, 한화투자증권 등 4개사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CJ그룹은 당초 3월 23일 일괄 개최하려던 10개 상장사 주주총회를 3일에 걸쳐 분산 개최한다. CJ대한통운과 CJ씨푸드는 가장 먼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향후 그룹 차원에서 각 상장 계열사에 도입을 적극 권고할 계획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주주총회 분산개최는 주주총회 활성화 및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결정”이라면서 “향후 전자투표제 도입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