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렛주차(Valet Parking)란 주차대행 서비스를 말한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떠오르는 기술인 '자동발렛주차(AVP·Automatic Valet Parking)'는 자율주행·커넥티비티 기술을 탑재한 자동차가 이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자동차가 탑승자를 목적지에 하차시키고 스스로 공간을 찾아가 주차하는 식이다. 역으로 주차된 차량을 호출해 원하는 위치로 다가오게 할 수도 있다.
자동발렛주차는 후방 장애물 경보에서 시작한 주차지원시스템이 가장 완성된 형태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정의한 0~4단계 자율주행 레벨 중 3~4레벨에 해당한다.
자동발렛주차는 실도로 자율주행 축소판으로 '인지-측위-판단-제어' 기능이 모두 적용된다. 주차빌딩 등 다층 구조에서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V2I(Vehicle to Infrastructure) 통신이 필요하다. 오차 범위 20㎝ 이내 기하정보를 제공하는 고정밀 지도와 고해상 장애물 데이터를 검출하는 라이다(Lidar) 센서도 필수적이다. 또 최소 12개(전후 8개, 전후측방 4개)의 장·단거리 초음파센서와 사방 4개의 서라운드뷰모니터(SVM) 카메라를 장착해야 한다.
인지-측위-판단 단계를 거쳐 차량 움직임을 자동 제어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 완성도 역시 중요하다. 특히 조향, 변속 등을 자동 제어하기 위해 기존 유압식, 기계식으로 작동되던 핵심부품을 전동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제어기술이 만약의 사고를 일으킬 수 없도록 2중·3중 안전장치와 최상위 수준의 전장부품개발 신뢰성 프로세스가 적용돼야 한다.
자동발렛주차기술은 2025년 경 기술적 완성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외 운전자 지정구역 자율주차부터 시작해 다층 구조의 지하주차장, 주차빌딩 등 실내공간에서 기술개발을 거쳐 완성도를 높이게 된다.
또 주차구역 내외에 설치된 각종 측위 인프라와 긴밀한 정보통신을 통해 정밀하게 자차 위치를 측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업계에선 적외선·블루투스 신호 발생기, RFID(전자태그), 와이파이(Wifi)와 초고속 무선 근거리 통신망(UWB·Ultra Wide Band) 등 다양한 수단이 검토되고 있다. 측위 방식은 크게 전자태그 등 특정 지역을 접근하거나 통과할 때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 특정 구획 내 신호강도를 바탕으로 측정하는 방식, 세 군데 이상의 위치 정보를 삼각측량해 자차 위치를 추정하는 방식이 있다.
자동발렛주차는 궁극적으로 가장 완성된 기술 단계인 '관제기반 방식'에 이르게 된다. 이 때는 주차건물 내 모든 트래픽을 관리하는 '통합관제센터'가 등장한다. 고정밀지도와 주차공간 정보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전방초소 역할 '로컬관제센터' 도 필요하다.
이런 관제센터 데이터는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끊임없이 업데이트되고 자율주행차와 교환된다. 관제센터는 자율차에 특정 경로를 따라가라는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운전자는 스마트디바이스 등을 통해 차량 상태를 파악하고 자동 주차와 출차 명령을 내리면서 주차비도 자동결제 하게 된다.
자동발렛주차기술은 미래 스마트시티 지형도 크게 변화시킬 전망이다. 이 기술이 현실화되면 주차 구역내 겹겹이 주차가 가능하다. 기존에 사람이 지나가던 사이 공간이 필요없어져 공간 활용성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원격 전자동 주차시스템(RSPA·Remote Smart Parking Assist)을 최근 세계에서 두 번째로 양산 적용했다. 이 기술은 차량 외부에서 스마트키 버튼을 누르면 차가 초음파 센서 등을 활용해 자동 주차하는 기술이다. 이는 자동발렛주차 전 단계 기술로, 향후 센서융합측위기술을 반영하고 자율주차 인프라를 확보하면 기본적 수준의 자동발렛주차를 구현할 수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