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중국 LED의 역습

삼성전자가 중국 발광다이오드(LED) 업체 싼안광뎬과 손잡고 마이크로 LED TV를 만들기로 한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LED 업계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위상을 키운 중국 LED가 다음 먹거리인 마이크로 LED 시장 선점에 나선 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LED TV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LED가 화소(디스플레이 구성 최소 단위)인 제품이다. 4K 해상도 TV 1대에 들어가는 LED가 2500만개에 달한다. LED 하나를 1원으로 계산하면 LED 값만 2500만원이 소요된다. 삼성전자가 싼안광뎬과 손잡은 건 바로 이런 가격과 양산 문제 때문이었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TV를 만들기 위해 대량의 LED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중국 최대 LED 업체인 싼안광뎬이 이를 충족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과 싼안의 협력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사례를 두 회사의 단순 제휴로만 보기에는 이면에 함축된 의미가 가볍지 않다. 중국 LED 산업의 위상이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하고, 나아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 주도권을 중국이 쥘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마이크로 LED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다. 무기물을 기반으로 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전력효율이 높다. OLED의 장점은 흡수하면서 단점은 극복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 받는 이유다. 그런데 LED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디스플레이 자체를 만들 수가 없다. LED가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으로서 중요성이 커지지만 국내 LED 산업은 정반대다. 대규모 투자는 사라진지 오래고 일부 기업을 제외하곤 실적 악화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자체 LED 사업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중국을 택한 건 한국 LED가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마이크로 LED 시장이 무르익으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은 시장 개척에 주저 않고 가속도를 붙여 달리고 있다. 중국이 LED를 전략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한 전문가의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1월 CES에서 선보인 마이크로 LED TV '더월'(자료: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1월 CES에서 선보인 마이크로 LED TV '더월'(자료: 삼성전자)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