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가 API를 개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대로 가다간 수십년간 막대한 부가 수익을 가져다 준 킬러 서비스 경쟁력을 IT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존재한다.
아예 B2C로 수익을 올리던 수수료 사업을 이분화해 B2B형태로 자사 API를 일반기업에게 판매하는 형태다. 해당 기업이 API를 통해 강력한 서비스를 개발하면 API네트워크를 활용해 역으로 자사 금융서비스에 이를 융합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이 같은 사례는 해외에서 나타났다.
미국 다국적 서비스 은행 웰스파고는 핀테크와 관련된 다양한 플랫폼과 기술을 API 형태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 네트워크를 확보했고, API 수익도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웰스파고 API를 제공받은 기업이 웰스파고가 제공하던 서비스를 능가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은행이 만든 서비스를 뛰어넘은 것이다. 하지만 웰스파고는 역할을 분업했다. 금융사가 모든 기능을 제공하기 보다 기술 분업화를 통해 서비스를 풍성하게 하고 서비스 언번들링을 실현했다.
일종의 상생이기도 하다.
시중 은행도 인터넷전문은행 출현과 간편결제 확대 등으로 이 입지가 좁아졌다. 고액 수수료 장사도 예전같지 않다. 이대로 가다간 전통 텃밭도 뺏길 위기다. 이 같은 위기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오픈 API사업을 확대하는 길 밖에 없다. 폐쇄형 뱅킹플랫폼을 개방형으로 바꾸고 각각의 표준과 프로토콜 등을 기업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송금은 비바리퍼블리카 토스, 결제는 삼성, 네이버페이 등으로 급속히 고객이 전이되고 있다. 은행은 전자금융과 펌뱅킹, 계정계, 정보계에 이르는 API를 개방하고 이들 사업자를 끌어안거나 또다른 강력한 킬러서비스를 양산해야 한다. 하지만 내부 조직으론 불가능하다.
결국 API를 통해 영업기반의 사업을 모바일과 웨어러블, 온오프라인 채널로 확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은 대부분 은행이 오픈 API 전략을 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대부분의 API를 완전 공개했다. 유럽도 최근 유럽지급결제제도(PSD2)를 통해 결제서비스 지침 개정안을 마련했다. 핵심은 고객 계좌를 보유한 금융회사에게 고객 요청을 근거로 기업 등이 계좌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오픈 API 전략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
길재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