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제조업 분야에도 비용 증가에 따른 이익률 감소와 고용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전자·조선·섬유·자동차·철강 등 제조업 전 분야 기업은 공장 건설 시 투입되는 근로자 인건비에 최저시급 인상분을 반영해야 한다. 초기 투자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인건비 부담도 커지면서 대부분 기업이 당장 올해 이익률 전망치를 낮췄다.
2020년 최저시급이 1만원까지 오른다고 가정하면 감내하기 힘들어 질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커졌다. 대기업 협력업체는 인력 운용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종은 강성노조 성향이 있는 곳이 많아 고용유연성 떨어지는 데 업황에 따른 변화도 심해 전반적 임금 수준이 오르면 업황이 좋지 않을 때 인건비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면서 “국내 중소 제조업은 대기업 협력사가 대부분인데 고객사가 예상구매계획을 잘 공유하지 않고 갑자기 주문량을 줄이는 경우도 많아 인력 운용 계획을 세우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 제조 분야 협력업체는 기존 인력을 해고하고 자동화 라인으로 대체하는 움직임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23일까지 최저임금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해주지 않으면 전면 생산 중단에 들어갈 계획이다.
주조 산업 매출은 지속적 경기침체로 최근 5년간 31.7% 줄었다. 반면 최근 10년간 최저임금은 99.7% 인상되고 같은 기간 전기료도 49.8% 올랐다. 주물조합의 주요 납품처는 자동차, 조선 등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력산업 분야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목소리다.
주물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공급업체에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당초 예고한 시일까지 아직 여유가 있는 만큼 공급업체도 수요 조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대기업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와 상생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중소기업 반응은 냉랭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2·3차 협력사의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상생협력기금 500억원 출연과 1000억원 규모의 전용 상생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한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단가인상 없는 상생협력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앞으로 매년 인상이 이어질 텐데 그 때마다 기금을 출연할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