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달 열릴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다룰 의제를 놓고 실무단을 꾸린다. 어떤 의제가 어느 수준까지 논의될지 주목된다.
북측이 '조건부 비핵화 의지'를 드러낸 만큼 한반도의 평화 문제를 비롯해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경제협력 방향 등 큰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베를린 구상'을 통해 제안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정상회담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조율 등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남북정상회담 실무단을 구성해 준비한다.
◇'한반도 비핵화' 후속 논의 이어질 듯
지난 6일 발표된 남북 간 합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북특별사절단 수석으로 북한을 다녀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이 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발표했다.
'비핵화'라는 단어가 합의문에 담긴 만큼 남북정상회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북한은 철저하게 비핵화 문제는 미국과만 대화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번 대북특별사절단 접촉에서는 1차적으로 큰 틀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완화에도 합의했다.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이를 전제로 한 북미대화, 평화협정 등 진일보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로서는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있어 북한의 비핵화는 필수요소다. 때문에 회담에 적극적 의지를 밝힌 북한에서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비핵화 문제는 북미 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들어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북미 대화를 감안하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원론적 차원에서만 논의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산가족 상봉'도 테이블에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상징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우선 논의될 수 있다. 이상가족 상봉은 민간교류 활성화의 상징으로 꼽힌다.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이후 3년 간 끊겼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베를린 구상에서 10·4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했다. 지난해 10월 4일은 10·4 정상선언 10주년이자 민족의 대명절인 한가위가 겹치는 시점이어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적절한 시기였다. 문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기반으로 남북관계 개선 기회를 잡으려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북측은 탈북 여종업원 송환을 내세우며 우리측의 이산가족 상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북한이 이상가족 상봉에도 전향적인 태도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도 다시 한번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공유
남북 간 멈춰진 경제 분야 복원도 활발하게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좁게는 인도적 차원에서의 교류·협력부터 개성 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비롯한 남북 간 경제협력 전반에 걸쳐 새로운 틀을 설계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남북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고 경제통일을 이루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여러차례 밝혔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남북을 △환동해권(에너지) △환서해권(물류산업) △접경지역(평화) 등 3개 벨트로 개발해 북방경제와 연계한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와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도 연계된다. 지난해 말 통일부내 관련 태스크포스(TF)가 설치, 구체화 작업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구상을 김정은 위원장과 공유하고, 새로운 경제협력의 퍼즐을 맞춰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한축으로는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협력기반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경원선(서울∼원산) 철도 우리 측 구간 복원사업, 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안보관광지구개발 등이 거론된다.
북한이 6일 합의에서 남한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을 평양에 초청한 만큼, 우선적으로 문화·체육 분야 교류 로드맵도 구체화할 전망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