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추싱과 더불어 또 다른 차량 공유 유니콘 기업이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성공한 그랩(Grab)이다. 말레이시아의 닛산 자동차 딜러사인 탄총자동차 사주의 막내 아들 앤서니 탄에 의해 2012년 설립됐다. 그는 외국인 친구가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을 때 택시를 잡기도 어렵고 '바가지' 요금을 불신한다는 말을 듣고 아이디어를 창안했다고 한다.
우버처럼 택시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택시를 잡는 불편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중국 디디추싱의 출발과 유사하다. 탄은 창업 전인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 재학 중에 사업 계획을 제출, 경진대회 2위에 올랐다. 사업 자금 대회에서도 수상, 준비된 창업을 했다. 가업 관련 일을 그만두고 상금 2만5000달러와 자신의 돈을 보태 그랩택시를 설립, 오늘에 이르렀다.
여기서 우리는 하버드대 경영대학 또는 유수한 경영대학의 창업 교육과 투자를 읽을 수 있다. 우리에게도 수많은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자본을 10분 발표력과 발표 슬라이드에 따라 줘서는 안 된다. 장기간 창업자를 관찰하고 사업 계획을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준비된 사업 계획, 준비된 젊은이에 의해 창업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탄은 자신이 개발한 '마이 택시(My Texsi)'를 들고 서비스를 활용해 줄 택시 회사를 찾아다녔다. 대형 택시회사는 사업의 가능성을 믿지 않았다. 택시 30대를 운영하는 영세 회사만이 시범 사용에 동의, 서비스가 시작된다. 다섯 번째 방문이었다.
창업자의 첫째 덕목이라면 아마도 끈기일 것이다. 끈기는 열정에서 오고, 열정은 새로운 사업의 가치에 대한 확신에서 유래한다. 스타벅스를 키운 하워드 슐츠가 140번을 넘는 사업자금 융자를 거절 당하고도 사업을 계속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창업가는 창업은 자신과의, 시간과의, 시장과의 외로운 싸움이라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인내력과 탄력 회복력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말레이시아의 성공에 힘입어 그랩택시는 2013년 필리핀, 2014년 싱가포르와 태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이어 베트남 호찌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동남아시아의 대표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로 성장했다.
2015년 호찌민에서 그랩택시는 최초로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 '그랩바이크'를 개시한다. 오토바이 택시의 위험을 감안, 운전자와 승객의 의료 보험도 제공했다. 우버 등 글로벌 회사가 외면한 지역 수요를 찾아낸 것이다. 디디추싱이 중국 환경에 부합하는 서비스 및 전략으로 성공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랩택시는 2016년 그랩으로 개명하면서 개인 자동차를 호출하는 그랩카, 오토바이 택시를 호출하는 그랩바이크, 자동차 합승을 연결하는 그랩히치, 택배 서비스인 그랩익스프레스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어린이를 반드시 안전 좌석에 탑승시켜야 하는 새로운 규제에 대응하는 그랩패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2017년 현재 회사는 동남아에서 100만명이 넘는 운전자와 4500만번이 넘는 앱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성공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소프트뱅크, 디디추싱, 토요타 등 투자자로부터 25억달러(약 3조원) 가까운 투자를 유치했다. 증시 상장을 향해 달려가면서 동남아 차량공유 서비스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소비자가 가려워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은 어디서나 성공한다. 그 가려움은 시장마다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대기업이 아니라 그 가려움을 제대로 긁어 주는 회사가 성공한다.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한 작은 회사 그랩의 성공을 보면서 규제에 봉쇄된 한국의 유니콘 기회가 아쉽게 느껴진다. 글로벌 사업에 준비된 젊은이를 만드는 내실 있는 경영 교육, 창업가 양성 생태계가 부럽다.
이 새로운 회사는 가난한 동남아에서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경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유니콘 기업으로, 기업 가치 60억달러(6조원) 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