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은 모든 산업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대표하는 키워드의 전제 조건이 보안이다. 일상생활도 마찬가지다. 웬만한 빌딩에는 출입관리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어디서나 쉽게 폐쇄회로(CC)TV를 볼 수 있다. 안전해진 만큼 우리 생활도 더 편해졌을까.
보안 강도가 높아질수록 생활에 불편하다는 인식이 있다. 주된 이유는 먼저 평소에는 하지 않는 별도의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비밀번호 입력부터 지문 확인, 출입증 패용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다. 둘째는 사용자 친화형이라기보다 관리자 효율을 고려해서 보안 시스템이 설계됐다는 점이다. 통제, 차단, 폐쇄 위주의 보안 시스템이 관리하기에 효율이 있지만 사용자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셋째는 심리 불안감이다. 스피드게이트로 출입을 제한하고 CCTV가 촬영하고 있는 환경은 사용자에게 감시받고 있다는 불안감을 준다. 보안성이 높을수록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오히려 사용자를 불편하게 하고, 나아가 조직 문화를 딱딱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최근 글로벌 보안 트렌드는 보안성은 유지·강화하면서 개방된 창의 조직 문화를 지향하기 위해 사용자 편의성과 심리 부담감을 줄이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생체 인증 기술, 이 가운데에서도 편의성이 뛰어난 얼굴 인식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얼굴 인식은 카드 조작이나 지문 인식 같이 별도의 인증 절차가 필요 없다. 홍채 인식 방식도 키 큰 사람은 허리를 숙여서 카메라 가까이 눈을 갖다 대는 등 번거로운 절차가 있어 불편하다는 인식이 많다. 얼굴 인식은 심리 거부감이 적다. 지문이나 정맥 인증 방식은 여러 사람이 사용한 기계에 접촉해야 하기 때문에 위생에 좋지 않다. 얼굴 인식은 카메라를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내 얼굴을 알아본다는 점 때문에 친숙함을 느낀다.
얼굴 인식 기술은 현재 기술 신뢰도가 홍채, 지문 등 타 생채 인증 솔루션에 근접할 정도로 향상됐다. 한 예로 에스원이 자체 개발한 얼굴 인식 알고리즘은 딥러닝 기술을 적용, 인증률(99.9%)을 대폭 높여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인증을 받기도 했다. 얼굴 인식 기술이 적용된 스피드 게이트가 얼굴을 인식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인식 시간을 줄여서 게이트 앞에 멈춰 서지 않고 그대로 걸어가도 출입 인증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게이트 없이 자연스럽게 걸어가기만 하면 자동 인증이 되는 워크스루형 얼굴 인식 솔루션도 이미 상용화됐다.
인증 시간이 짧아지면서 사용자 편리성과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출입을 위해 출입 카드를 조작하는 등 별도의 행동이 필요하지 않고, 양손에 짐을 들고 있거나 커피를 들고 출입하는 경우에도 카메라를 응시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출입이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걷기만 하면 인증이 되기 때문에 통제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워크스루형은 눈에 보이는 게이트도 없앴다. 통제나 차단 위주의 폐쇄형 보안이 사용자에게 준 심리 및 절차상의 불편함을 제거한 사용자 친화형 보안 기술인 셈이다.
현재 얼굴 인식 기술의 완성도는 성숙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지만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초고성능 서버의 가격 하락과 보급 확대, 5세대 무선통신 기술 등 아직 선결 과제가 남아 있는 상태다. 관련 산업의 발전에 따라 급속도로 보급이 확대되는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개방된 창의 업무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보안 인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사용자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도 보안성은 유지할 수 있는 스마트 인비저블 시큐리티, 정보 보안 기술이 융합된 BYOD(Bring Your Own Device) 시큐리티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영수 에스원 부사장 young316.ysp@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