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A씨는 휴대폰 타입 네비게이션 개발회사를 설립했다. 주문량이 급증해 회사채무 연대보증 후 거액의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제품 수요가 급감했다. A씨는 연대보증으로 전재산을 금융사에 변제하고도 여전히 막대한 빚을 갚고 있다.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던 B씨도 거래처 연대보증을 섰다가 생활이 파탄났다. 거래처 부도로 사업체 도산은 물론 자택까지 경매처분됐다.
연대보증 피해 실제 사례다.
정부의 연대보증제 전면 폐지는 중소기업 대표가 신용회복 등 사회적 탕감이 이뤄져도 사실상 상환이 어려운 기업채무 부담은 그대로 안고 가야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함이다. 사회·경제적 낙인을 이번 기회에 지워 재도전 및 창업에 대한 부담을 낮춰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중소기업은 창업과 재도전이 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환영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관리방안과 보증감소 대책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은행이나 보증기관이 연대보증 폐지에 따라 자금 부실이 높아질 것을 감안해 보증거절 사례 등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6년 초, 보증기관은 설립 후 7년 이내 법인기업 대상으로 연대보증을 폐지한 바 있다. 하지만 제도 악용사례가 나타났고, 보증거절이나 편법 연대보증 요구사례가 나타났다.
이 때문에 연대보증 폐지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 심사기법과 은행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정부 대책에도 이런 부분이 구체적으로 반영됐다.
특히 심사기법을 대폭 개선해 추가 부실 발생을 최소화하는데 역점을 뒀다. 대표자의 도덕성과 책임성 등을 평가하는 책임경영심사제 도입이 근간이 된다. 해당 기업의 도덕성 등 정성 지표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은행이다.
수익창출이 우선인 은행이 연대보증 폐지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시스템화할지가 관건이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 입장도 이해하지만 연대보증 폐해만을 강조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기업 입장에서 연대보증 폐지는 환영할 일이지만, 은행은 관련 전산시스템 마련과 심사기준, 직원 교육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업을 해야한다”며 고 지적했다.
결국 은행이 연대보증 중심 기존 여신심사 관행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제도의 성패가 달렸다. 정부의 팔비트기식 정책 강요는 과거 기술가치평가(TCB) 사업처럼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기관 연대보증 폐지에 따른 영향은 4월 본격화될 전망이다. 폐지에 따른 영향이 중소기업 자금시장 위축으로 이어지거나 공공기관 부실(채권) 확대로 연계되지 않도록 '책임경영심사' 체계가 보다 구체화되고 지표화 돼야 한다.
한 보증기관 고위 관계자는 “기업이 용도에 따라 자금을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통합 관리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이 보유한 연대보증 면제 경험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심사지표를 개발하는 논의를 시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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