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 "만화로 남북교류 길 열겠다"

“올해 부천국제만화축제에 북한 만화작가들을 초대할 계획입니다. 남북 만화작가가 공동작업을 하고, 만화책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안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뻔한 것 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꿈꿨다. 익숙한 일보다는 생소하고 어려운 일에 관심이 많다. 만화를 단초로 하는 문화계 남북 교류 사업도 마찬가지다.

안 원장은 오는 8월 열리는 제21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남북통일만화전'을 추진한다.

남북한 만화 작가들이 공동작업을 통해 통일을 상징하는 만화를 제작한다. 남북한에서 공동출간할 만화책을 만들고, 통일캐릭터를 발굴해낸다는 구상이다.

안 원장은 “프랑스 국립만화진흥기관인 국제만화이미지시티(CIBDI)도 남북통일만화전을 연계전시할 것”이라며 “국내외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임기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로 3가지를 꼽았다. 원소스멀티유즈(OSMU) 활성화, 웹툰 시장의 글로벌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국가 기관화 등이다.

우선 한국 웹툰의 글로벌화를 위해 만화산업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아직까지 업계 표준이 정리돼 있지 않고, 작가들 권익을 보호하고 산업 내 등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국내 유일 만화전문기관으로 만화 산업을 가장 잘 이해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OSMU 활성화는 4차 산업혁명에서 콘텐츠가 가야할 길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천만영화를 돌파한 영화 '신과함께'나 '강철비'를 예로 들었다. 모두 웹툰이 원작인 영화다.

원천콘텐츠인 웹툰이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 음악, 가상·증강현실(VR·AR)기술로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디지털 만화 시장이 확대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고 또 융합콘텐츠가 창조될 것”이라며 “이러한 콘텐츠들의 OSMU 활성화를 통해 만화 산업의 다각적인 부흥을 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국내 만화의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콘텐츠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기관이 중심이 되는 단순 창작지원이나 번역지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이 중심이 돼 필요한 부분을 어필하고 맞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해외진출 지원사업'이 신규로 추진된다. 작가와 중소기업을 매칭해 해외진출을 위한 실질적인 매니지먼트·유통 부분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글로벌 매니지먼트 유통 지원사업'은 해외 마케팅비나 해외 진출을 위한 전문 인력의 인건비등을 맞춤 지원한다. '웹툰 플랫폼 현지화 진출 지원사업'은 해외 웹툰 플랫폼 개발 및 운영비를 지원한다.

그는 만화·웹툰 업계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공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꼽았다. 작가와 기업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작가와 기업은 싸워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서로 상생하고 이해해야 하는 존재”라며 “작가와 기업 중간의 조정자 역할을 자처해 서로 권익을 보호하는 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안종철 원장은 2015년부터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로 재임하며 만화산업 발전에 기여해 왔다. 안 원장은 '융합 콘텐츠 전략가', '문화산업 콘텐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서 문화산업을 총괄하며 동아시아 문화도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세종대왕 100리길 등 굵직한 사업을 성공시켰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