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현재 한국산 철강재 수입시 88%에 달하는 물량에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우리나라 철강제는 25% 추가 관세를 물게 돼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정부는 미국과의 추가 협상에 철강업계 명운이 달려 있다고 보고 우리기업과 대안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계속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무역장벽이 자동차와 반도체로 등 다른 주력 수출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철강재 관세 부과 면제 협상에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협상의 핵심은 중국산 철강재 환적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 해소다. 미국은 한국 철강 기업이 저렴한 중국산 철강제품을 수입해 고급 소재로 재가공해 미국에 내다 팔고 있다며 '환적'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대미 철강 수출 품목 중 중국산 소재를 사용하는 비중은 2.4%에 불과하고 반박해왔다.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이 전년 대비 21% 감소한 1154만톤에 그쳤고,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량도 340만톤으로 2014년 대비 31.5% 감소해 미국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협상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철강업계가 미국에 57억달러 규모를 투자해 3만3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한국이 지난 수년간 조강설비를 392만톤 감축해 공급과잉 해소에 기여한점 등을 재차 강조하며 미국측을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응 기간이 충분치 않은 것도 우리에겐 부담이다. 관세 부과 조치는 이달 23일부터 발효되기 때문에 2주안에 협상을 마쳐야 한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협상 기간이 이달 23일 이전까지인지 아니면 그 이후까지 연장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면서 “23일 이후 우리 업계가 추가 관세를 부과받는 것은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미국측과의 협상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철강업계는 당장 상황을 뒤집을만한 묘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정부 협상에 기대를 걸면서 장기적으로 해외 투자 등 체질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주력 생산 제품에 따라 피해 규모도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수출 다변화 등으로 당장은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원유와 셰일가스에 쓰이는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생산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유정용강관은 국내 수요가 거의 없다. 미국이 주력 시장이기 때문에 수출선을 바꿀 수 없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
세아제강은 미국에 연간 50만톤의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제품을 수출한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1%에 이른다. 현재 2.3∼6.66%의 관세에 25% 관세가 추가되면 사실상 수출길이 막힐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현지에 연산 15만톤의 파이프·후처리 공장을 설립했지만 당장 대안이 될 수 없는 규모다.
미국에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37만톤을 수출하는 넥스틸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현재 유정용 강관에 부과된 46%에 25%가 추가되면 70%의 관세 폭탄을 맞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업체가 당장 위기를 벗어날 대안이 없다”면서 “장기적으로 국내 생산설비를 미국 현지로 이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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