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美 유명 암 전문가 단체, 치료효과 근거없는 비싼약 권고했다

[국제]美 유명 암 전문가 단체, 치료효과 근거없는 비싼약 권고했다

미국 유명 암 전문가 단체 '전미 종합 암 네트워크'(NCCN)가 치료 효과 근거는 미약하고 부작용 가능성이 높은 비싼 약을 권고한 것으로 들어났다. 연구결과는 국제 권위 학술지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 최신호에 게재됐다.

NCCN은 미국 27개 주요 암 센터가 진료 질과 치료 효과를 높이려고 만든 비영리 네트워크다. 회원은 1300여 명이다. 국제 명성과 권위가 있고 치료지침이 의사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 건강과학대학원 비나이 프라사드 교수팀은 NCCN이 미국 식품의약청(FDA) 공식 승인을 받지 않은 '비인가 처방(off-label)'을 권고한 약물을 조사했다.

'비인가 처방'은 약물 등이 당국이 허가한 적용증상 외 효과 있다는 학설과 경험, 임상시험 과정에서 일부 결과 등에 따라 사용한다. 실제 의료 현장에선 오랜 관행이다. 근래 승인받은 암치료제는 매우 고가이며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비인가 처방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현재 암 치료제 처방 50~70%가 비인가 처방이다. 제약업체의 비인가 처방 용도 광고는 불법이다. 가격이 10만달러(1억 원)가 넘는 경우도 많다. 프라사드 교수팀은 2011~2015년 FDA 승인을 받은 암 치료 신약 47개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조사 결과 약 승인된 적용증은 69개이지만 NCCN이 권고하는 증상은 113개로 44개나 더 많다.

44개 비승인 처방 적용증 가운데 '무작위대조시험'(RCT)이나 '상급 3상시험'을 거쳐 확인된 것은 23%, 16%에 지나지 않는다. FDA가 44개 비승인 적용증에 대해 세월이 흐른 뒤에라도 추가 연구 결과를 평가해 승인해준 사례는 14%에 지나지 않았다.

논문은 NCCN 구성과 운영에 참여하고 도움을 준 연구자와 의사 90%가 제약업체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연구결과에 뒤이어 나왔다. 프라사드 교수팀은 “새 치료제를 쓸 때 의사와 상의하고 분명한 증거가 있는지 등을 물어봐야 한다”면서 “약이 얼마나 내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느냐 보다 나 같은 환자에게 도움을 준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느냐를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