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설비 해외는]〈중〉EU, 부족한 투자 200조원 '필수설비 개방'으로 해결](https://img.etnews.com/photonews/1803/1050809_20180312153358_703_0001.jpg)
유럽연합(EU)이 통신 인프라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필수설비 개방'을 선택했다. 기가인터넷, 5세대(5G) 이동통신 등 네트워크 고도화에 투자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자,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필수설비를 경쟁사가 활용하도록 했다. 중복투자는 줄이고 경제효과는 높이는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도모한 것으로 평가된다.
EU 집행위원회(EC)는 2016년 '유럽 기가비트 소사이어티'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2025년까지 EU 모든 지역에서 인터넷 속도 100Mbps를 달성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궁극 목표는 기가인터넷 보급이다. 2020년에는 EU 주요 국가에서 5G를 선보인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EC는 이 같은 인프라 투자로 10년간 9100억유로(약 1200조원) GDP 증대 효과, 130만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향후 10년간 5000억유로(약 655조원)가 소요되는데 1550억유로(약 203조원)가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EC가 비용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묘수는 '필수설비 개방'이다. 구체 방안을 담은 '유럽통신규약(EECC)'이 3년간 논의 끝에 지난해 말 도출됐다. 2009년 이후 8년여 만의 새로운 규약이다. 골자는 '필수설비 제공 확대'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통신사 필수설비에 경쟁사가 손쉽게 접근하도록 해 인프라 투자 경쟁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EC는 필수설비 개방이 '무임승차'가 아닌 '투자촉진'이라고 인정했다.
EU는 회원국이 시장지배력을 평가하고 필수설비 제도를 개선하도록 했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통신사의 전주, 관로 등을 경쟁사가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복투자를 막자는 아이디어다. 비도심 지역 등 인프라 경쟁이 여의치 않은 곳에서는 공동투자를 활성화하도록 했다.
이로써 EU 각국 정부는 인터넷 투자 지도를 작성하고 투자 이행도를 점검할 권한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통신사를 제재할 권한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게 '통신 네트워크 설치비 절감을 위한 지침(Directive)'이다. 2014년 등장 이후 업데이트를 거듭한 지침은 필수설비 개방을 위한 구체 방안을 담았다. EU 회원국은 2016년 1월까지 자국 법에 지침을 적용하고 같은 해 7월부터 시행했다. 이달 2일에는 재차 업데이트했다.
지침은 △전주·관로 등 필수설비 접속 범위 확대 △효율적인 네트워크 구축 공동협력 △필수설비 제도 개선 △신축 건물 제도 개선이라는 4대 핵심 정책을 담았다.
통신 인프라 고도를 위해서라면 전기용 전주나 가스용 관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도로 굴착 등 실제 환경에서 일어나는 어려움까지 고려한 점이 돋보인다. 필수설비 제공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는 보안, 국가안보, 공공질서, 영업상 기밀 등으로 엄격히 제한했다. EC는 이 같은 조치로 망설치 비용이 최고 60%까지 절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EC는 지침 시행 경과와 효과를 담은 보고서를 이달 발표할 예정이다. EU가 기가비트 소사이어티와 5G에 거는 기대를 감안할 때, 만약 지침 효과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난다면 지침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EU 필수설비 지침(Directive) 주요 내용
자료:EU Directives on measures to reduce the cost of deploying high speed electronic communications networks.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