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사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영국의 데이터분석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면서 자랑한 것이 확인됐다.
![[국제]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회사 "트럼프 위해 일했다" 자랑...일파만파](https://img.etnews.com/photonews/1803/1053805_20180321131802_672_0001.jpg)
20일(현지시간) 방영된 영국 방송사 '채널4'의 위장 취재를 통해 비밀리에 촬영된 장면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 시절 여러 번 만났고,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미국 유권자를 겨냥해 페이스북 데이터를 불법 사용한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이 발언은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보도했다.
투자자들은 디지털 광고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전반에 규제가 강화될 것을 우려했다. 페이스북 주가는 이날 오후까지 6.2% 하락했고, 이틀 연속 하락으로 주식시장에서 총 600억달러(약 64조2400억원) 상당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는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 2위 종목인 SK하이닉스의 시총에 맞먹는 금액이다.
아울러 소셜미디어 업계 전반에 규제가 강화될 것이 우려되면서 관련 기업들 주가도 폭락했다. 한때 스냅 주가는 2.5%, 트위터는 10% 이상 하락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채널4의 두 번째 방송이 나가기 직전 알렉산더 닉스의 CEO 업무를 일시 중지시켰다.
이날 방송에서 닉스는 고객으로 신분을 위장한 기자에게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쳤던 관행을 설명하고, 그의 회사가 트럼프의 디지털 및 TV캠페인을 위한 유권자 연구, 분석 및 타깃팅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시절 트럼프를 만난 경험을 자랑스럽게 전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성명서에서 닉스의 발언은 “회사의 가치나 운영을 대표하지 않으면, 그가 우리 정책을 심각하게 위반했기 때문에 업무를 정지시켰다”고 발표했다.
트럼프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는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 캠페인의 디지털 운영을 감독했다. 쿠슈너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2016년 대선 캠페인 활동에 참여시켰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국회의원들은 2014년 당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어떻게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했는지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또 페이스북이 왜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는지, 소비자 프라이버시에 대한 업계 전반에 광범위한 문제 제기에 나섰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미국과 영국 의회로부터 소환 압박을 받고 있다.
![[국제]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회사 "트럼프 위해 일했다" 자랑...일파만파](https://img.etnews.com/photonews/1803/1053805_20180321131802_672_0002.jpg)
미국의 소비자 규제기관인 연방거래위원회(FTC)도 페이스북 조사에 나섰다.
FTC는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보호 고객 동의 절차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2011년 고객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정책 변화시 이용자 동의를 받도록 FTC와 합의한 바 있다.
만약 FTC가 페이스북이 법령 위반 사실을 발견하면 하루당 수천달러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벌금은 최소 수백만에서 최대 수십억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
이날 샌프란스시코 연방법원에는 페이스북이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는 부분에서 잘못 판단했기 때문에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주주들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앞으로 페이스북은 개인정보가 노출된 사용자를 대신한 집단소송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2013년에 창업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정치, 기업 고객에게 소비자 조사와 타깃 광고, 기타 데이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억만장자인 로버트 머서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1500만달러의 설립자금을 지원한 것이 기반이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작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아메리카 등 매년 총리와 대통령을 위한 10여건 이상의 캠페인에 참여했다.
페이스북 정보 유출 사건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교수인 알렉산드로 코건이 페이스북에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올려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한 데서 출발한다. 앱을 다운로드받은 것은 27만명이었지만, 다운로드한 사람의 개인정보 뿐만 아니라 친구 데이터에도 접근이 가능했다. 이 규모가 5000만명으로 추산된다.
페이스북은 코건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모회사인 정치컨설팅회사 SCL에 데이터를 전달함으로써 정책을 위반했다고 밝혔고, 이에 SCL의 계정을 중단시켰다.
페이스북은 해당 데이터가 파괴됐다고 밝혔고,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도 데이터 보호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데이터를 삭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회사 전체가 우리가 속았다고 분노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사람들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회사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으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