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릴 것을 공표했다. 이에 따른 풍력 신규 설치 용량도 16.5GW에 이른다. 풍력 업계 입장에서 커다란 희망의 수치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대단히 야심에 찬 도전 목표다.
2030년까지 제시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앞으로 5년이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기다. 정책의 목표 달성 성공을 위해 다시 한 번 우리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고 풍력 산업을 제대로 일궈 낼 수 있도록 풍력자원, 발전단지, 시스템, 부품, 설치, 시공 및 유지보수 등 전체 산업 생태계를 대상으로 부족한 요소를 찾고 이를 보완·육성해야 한다.
가장 먼저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풍력업계는 재생에너지 20% 달성에서 전제로 해야 하는 핵심 요소가 주민 수용성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풍력발전 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높고 사업 기간 많은 어려움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와 사회 공감대가 절대 필요하다.
유럽은 오랜 기간 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고민을 통해 사회·정치 합의를 이뤘다. 지역 주민이 직접 투자뿐만 아니라 풍력단지 조성, 환경단체 설득 등 자발 참여를 하는 등 지역 주민과 정부가 소통을 통한 합의를 이뤘다. 이들은 초기 비용 부담이 크더라도 미래 세대와 환경을 보호하자는 사회 가치에 동의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준공한 탐라해상풍력이 주민의 적극 참여로 사업 추진을 끌어낸 성공 사례다. 바로 주민어촌계의 적극 협조가 국내 제1호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성공 추진에 핵심 요인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지형과 풍력 자원의 특성에 맞도록 풍력발전을 준비, 주민 수용성과 경제성 확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만 육상 풍황 자원 제약이 큰 국내 풍력 시장의 성장 방향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살펴볼 때 풍력 시장은 육상풍력에서 해상풍력, 부유식 해상풍력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
유럽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해상풍력을 준비해 왔고, 부유식 해상풍력도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국내 해상풍력은 협소한 육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다. 민원 발생 우려가 낮고, 대규모 발전단지 조성이 가능하며, 대체로 우수한 풍황 조건을 갖춤으로써 기술 발전을 통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국내 신규 설치 용량 16.5GW의 대부분이 해상풍력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부유식 해상풍력은 앞으로 우리나라 조선 산업을 대신할 차세대 수출 산업이다. 기존의 조선 산업 인프라와 기술력을 활용,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성장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풍력발전 단가는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풍력 자원이 우수한 몇몇 나라는 이미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하고 있으며, 기술 개발 결과에 따라 단가 하락이 가속화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발전 단가는 아직 상당히 높다. 우리도 기술 개발과 더불어 내수 시장에 충분히 물량을 공급하고 수출 시장을 개척한다면 기존의 기저 부하를 담당하고 있는 화력, 원자력 발전 단가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독일·미국·중국의 발전 단가와 같은 수준으로 낮아질 수는 없다. 경제 규모에서 오는 단가 저감의 한계, 입지에 따르는 풍황 자원, 설치 환경 차이에 따르는 발전 단가 차이는 좁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결국 재생에너지 302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앙·지방 정부를 비롯해 산·학·연이 함께 내실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의 목표 달성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하나의 선언성 목표가 아니라 국민의 행복한 삶을 대비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권기영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PD kweon_wind@ke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