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 가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아이폰 2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협력사들과 함께 5.85인치와 6.46인치 크기 OLED 디스플레이 개발을 진행했다. 5.85인치는 아이폰X(텐)과 크기가 같아 애플이 아이폰X을 새롭게 개선하는 동시에 화면이 큰 모델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아이폰7(4.7인치), 아이폰7플러스(5.5인치)와 같이 화면 크기가 다른 제품을 출시해 온 전례에 비춰 볼 때 아이폰X 대화면 모델 출시가 점쳐졌다.
국내 전자부품 업계는 애플의 이런 행보에 적잖은 기대를 걸었다. OLED 채택 모델이 2개로 느는 만큼 부품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폰X이 1억대였다면 후속작은 2억대로 느는 만큼 이에 따라 OLED 디스플레이나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투메탈 칩온필름(COF)과 같은 부품 주문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초 아이폰X 판매 저조로 애플이 생산량을 감축하고 실제 부품 발주를 줄이는 돌발 변수가 생겼지만 이후에도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하반기 애플이 신형 OLED 아이폰 2종 생산을 시작하면 다시 반등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애플이 OLED 비중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기대는 무너졌다.
애플이 OLED 채택에 보수 입장으로 선회한 이유는 아이폰X 판매 부진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가격 상승의 부담을 안고 OLED를 도입했지만 소비자가 비용을 더 지불할 만큼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게 애플 내부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OLED가 액정표시장치(LCD)와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면서 “추후 폴더블처럼 완전히 새로운 OLED 디스플레이가 나오기 전까지 애플은 LCD로도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OLED의 장점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OLED에 매달리지 않고 앞으로 LCD에 힘을 싣겠다는 뜻이다. OLED 패널 가격은 100달러 이상이다. LCD보다 약 2배 비싸다.
실제로 애플은 올 가을에 OLED 아이폰 2종 외에도 LCD를 탑재한 신형 아이폰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출시되는 LCD 아이폰은 아이폰X과 같이 상단 화면이 움푹 파인 일명 '노치(Notch)' 디자인이 특징이다. LCD로도 충분히 OLED와 같은 디자인과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기획됐다.
애플은 OLED 아이폰의 눈높이를 낮추는 대신 가격이 다소 저렴한 LCD 모델로 전체 판매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LCD는 OLED보다 저렴해서 전체 스마트폰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소비자 구매 유도에도 유리하다. 애플은 OLED 아이폰으로 수익성 강화, LCD로 점유율 확대를 각각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출시 예정인 아이폰>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