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웃지 못할 '복합쇼핑몰' 규제 현실

[기자수첩]웃지 못할 '복합쇼핑몰' 규제 현실

유사한 점포 같은데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롯데백화점 창원점 본관은 쉬어야 하고 롯데월드몰은 영업해도 된다?

복합쇼핑몰 규제로 이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회에 발의된 새 유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규제 대상이 '대기업 복합쇼핑몰'로 명시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형태는 백화점이지만 복합쇼핑몰로 등록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한 달에 두 번은 주말을 쉬어야 한다. 반대로 대형마트를 비롯해 쇼핑 및 문화·관광 시설 등이 모두 들어서 있는 롯데월드몰은 쇼핑센터로 등록돼 있어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 스타필드 코엑스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4곳(김포·송도점,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비롯해 스타필드 하남·고양점과 파주·청주·이천·고양터미널·동부산·진주점 등은 복합쇼핑몰로 등록돼 있어 영업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출점 당시 등록한 업태에 따라 규제 대상 포함 여부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것이다. 업체별로 등록 기준을 달리 해석한 결과다. 당시에는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일종의 꼼수를 부린 것도 아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자체별 기준과 행정 편의에 따라 이전과 유사한 업태로 등록하거나 담당자가 권유해 주는 업태로 등록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규제나 행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업체들은 업태 구분에 큰 관심 없이 등록했다. 그러나 이후 규제가 새로 만들어지면서 큰 차이로 나타난 것이다. 유사 매장 간 형평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복합쇼핑몰 규제 움직임에 대한 논란은 곳곳에서 제기된다. 골목상권 보호가 주목적이지만 같은 맥락에서 시작한 대형마트 규제에도 인근 전통 시장은 살아나지 않았다.

가족 단위 나들이 고객이 많은 복합쇼핑몰의 특성상 주말 휴무를 적용할 경우 이들이 인근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릴 리도 만무하다. 복합쇼핑몰 규제는 소비자 불편만 야기한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다.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니라 규제로 인한 실질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