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가 유럽과 일본 사업 고삐를 바짝 죈다. 그 동안 비축한 현금성 자산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및 동영상 검색 관련 사업 발굴에 나선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해진 창업자는 글로벌 시장 공략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그동안 인공지능(AI)과 콘텐츠 분야에 많은 비용을 썼다. 올해도 유럽과 AI 분야에 많은 투자가 예상된다”며 “AI 관련 좋은 인력 확보에도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비축한 현금을 활용해 차세대 기술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3조3200억원이다.
네이버는 그간 쌓아놓은 현금을 활용해 인수합병(M&A)을 비롯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사내이사 연임을 포기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준대기업 동일인(총수) 지정에 대한 부담 때문이란 시각도 제기됐다. 글로벌 사업에서 '대기업 총수' 타이틀이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이 GIO의 사내이사 사임을 두고 네이버는 “회사 내부뿐 아니라 밖에서 회사를 돕는 방법을 잘 아는 분”이라며 “라인 등 글로벌 사업을 성공시킨 노하우를 이식하기 위한 행보”라고 선을 그었다.

네이버는 최근 일본 검색시장에 다시 도전했다. 이 GIO는 프랑스, 미국 등 해외에 머물며 투자처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이노비즈테크놀로지(이스라엘)와 드비알레(프랑스), 애피어홀딩스(대만) 등 해외기업에 투자한바 있다.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현 네이버랩스유럽) 인수 역시 이 GIO의 지휘 아래 이뤄진 투자다.
네이버는 국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차세대 기술에 대한 인수합병, 지분투자를 과감하게 단행해 차기 먹거리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AI·블록체인 기업들을 다수 인수하거나 이들과 제휴를 맺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튜브 등 동영상 중심 검색 부상에 맞서기 위한 동영상 투자도 확대한다.
네이버는 쥬니버의 키즈 영상 확보, 음악 영상, 지식 쪽 하우투 영상 확보에 대해 집중 계획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네이버는 블로그, 카페, 밴드 등 서비스들의 편의성을 보완한 새로운 통합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 플랫폼을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급변하는 인터넷 산업 환경 속에서 진정한 기술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스타트업, 콘텐츠 관련 투자와 비즈니스 제휴를 적극 진행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해 주주가치 증가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