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무역전쟁은 한국 경제에 부담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중국의 중간재 수요가 동반 감소한다. 중국의 대미 수출 부진이 중국 성장 둔화로 전이되면 중국 내수에 투입되는 최종재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은 미·중 간 통상 마찰 영향으로 교역 감소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으로 수출하는 중간재 업체가 직격탄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진우 무역협회 통상지원단 과장은 25일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에 따라 한국 중간재 수요가 하락하고, 대중 및 여타 국가를 경유하는 중간재 수출도 줄 것”이라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완성품 제조 기업의 대미 수출까지도 추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가공·보세 무역 비중이 65.8%에 달해 중국의 대외 수출 변화에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짙다.
한국은행은 2014년 자료를 바탕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 총수출도 0.25%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의 통상 조치가 대중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2014년 기준 분석자료지만 유가 상황 외에는 큰 변화가 없는 만큼 세부 항목에서는 다소 차이가 나도 중간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은 바뀔 게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한국의 대중 수출 가운데 재수출 비중과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분야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전기기기, 섬유·의류, 피혁, 수송기기 등이 수출 감소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품목으로 꼽고 있다. 한국은행은 전자·반도체, 석유화학 등 소재 산업에서도 수출 감소율이 클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중 중간재 기업의 수출 감소는 자연스레 국내총생산(GDP) 감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7.3%에 이른다. 수출 감소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내수 위축을 불러 GDP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의 경제 성장 기여율은 64.5%를 기록했다. 지난해 총 수출이 15.8%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미·중 통상 갈등이 확산돼 세계 각국이 관세율을 올려도 악영향이 발생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계 평균 관세율이 현재 4.8%에서 10%로 높아지면 한국 경제 성장률은 0.6%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세율이 10%로 높아지면 국내 수출은 173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수출의 취업유발계수는 2014년 기준으로 10억원당 8.1명이다. 대중 중간재 수출이 감소할 경우 장비집약 산업 중심으로 고용 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 제재 품목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피해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면서 “지속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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