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철강재 폭탄 관세 부과 면제 대상국에 유럽연합(EU)을 포함시켰지만 일본은 제외시켰다. EU는 안도했고 일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양 측은 철강 관세를 넘어 향후 전개될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EU는 미국의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 고율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한시적 관세부과 면제가 아닌 관세 면제를 요구했다. 미국의 관세부과는 세계적 철강·알루미늄 제품 과잉생산을 해결하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고 미국이 국가안보를 내세워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EU는 철강·알루미늄 분야의 세계적 문제를 야기한 원천이 아니므로 미국과 EU는 그런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적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EU 정상회의는 미국과 EU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초석으로서 강한 양측 관계를 서약한 것을 상기한다. 아울러 공동 관심사인 무역문제 대화를 강력히 지지함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서 EU와 일본의 행보가 주목된다. 미국은 철강 관세 면제 조건으로 EU에 대중 무역전쟁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EU가 미국과 연합전선을 구축한다면 당장 중국의 관세 보복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U가 미국과 중국의 통상 전쟁을 억제하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따른다.
일본은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 유예 대상에서 제외되자 당혹감을 표하면서도 발빠르게 미국과의 협상을 준비했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지난 23일 “일본이 관세 인상 대상이 된 데 대해서 극히 유감”이라면서 “미국이 관세 부과 대상 제외 조처에 대해 4월 말까지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으니, 일본을 제외하도록 끈질기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곧바로 한국·중국산 탄소강 배관용 부품에 최대 69.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했다. 중국의 철강재 과잉 생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일본도 미중 간 무역 전쟁 양상 추이를 유심히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전쟁에 필요한 국가다. 일본도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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