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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및 철강 관세 면제를 일괄 합의하면서 향후 통상 정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자동차 부문에서 일정부분 양보했지만, 농산물 개방이나 자동차 부품 사용 의무화 등 민감 이슈는 방어했다. 미국 주요 교역국 중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가장 먼저 면제 성과를 거둬 불확실성을 완화했다.
급한 숨은 돌렸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여준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를 감안하면 대미 통상 이슈는 다시 불거질 공산이 크다. 미국과 중국 'G2' 무역전쟁도 우리에게 불안요인이다. 통상 정책을 재정비해 미국과 중국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수출선 다변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통상교섭본부는 조만간 신통상정책 로드맵을 통해 이 같은 정책방향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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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협상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며 “이제 관세와 FTA를 넘는 새로운 통상정책으로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퍼스트무버'로 나아가기 위해 통상 정책도 정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본부장은 “데이터가 핵심이 되는 경제구조 전환에 발맞춰, 우리가 주도하는 데이터 중심의 메가 FTA를 추진하고, 통상 정책 중심을 디지털 무역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상교섭본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천명한 신(新)통상로드맵을 조만간 공개한다. 로드맵은 당초 지난해 목표였지만, 미국의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조치와 한미 FTA 개정, 철강 관세 면제 협상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대미 통상 불확실성이 대폭 해소돼 통상 정책 정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 본부장은 “신남방정책은 우리 수출 상품이 보다 좋은 조건으로 수출할 수 있는 이슈를 검토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신북방 정책은 러시아를 포함한 EAU FTA와 북극항로 등을 적극 검토해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향후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등 중국과 통상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관심을 모은 미·중 무역전쟁 양상과 이번 협상 연계성과 관련해서는 미국으로부터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일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무역전쟁 동참 같은 것을 요청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협상에서 우리 기업을 겨냥한 수입규제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산업부는 우리 측 관심 분야인 무역구제 분야에서 협정문 개정을 통해 관심사항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불리한 가용정보(AFA)'와 '특별한 시장상황(PMS)' 등 미국이 우리 업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사용하는 반덤핑 조사기법 등의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했다.
김 본부장은 “양국이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를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진행하고 구체화하자는 내용을 구속력 있는 조항으로 합의한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절차상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대원칙에 합의한 것”이라며 “실사 관련 규정과 상세한 관세 산정 내역 공개 등 수출기업에 혜택이 될 수 있는, 세계무역기구(WTO)보다 더 나아간 조항에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을 더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부당한 수입규제에 대해서는 협상과 별도로 WTO 제소 등 다자 차원의 노력을 계속한다. 김 본부장은 “WTO에서 우리의 의무와 권한은 지속적으로 행사할 것”이라며 “소송보다는 협상으로 결과를 내는 것이 시간도 아끼고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미국 측과의 최종 타결 발표까지 지켜봐야 겠지만, 현재 우리 측 발표 내용만으로 볼 때는 상당히 잘 된 협상 결과로 보인다”며 “이제 시장 다변화를 통해 미·중 의존도를 낮추고, 주력 수출 품목의 고부가가치화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산업 및 통상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 통상 현안 일괄 합의는 내달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갈등 요인을 없앴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수입 철강 관세 부과 대상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면제돼 양국 간 교역과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간 긴밀한 공조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잠재적 갈등 요소를 신속히 제거함으로써 한미 공조 기반을 다시 공고히 했다”고 덧붙였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