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칼럼]한국지엠 사태 해결, '노조의 고통 분담'만이 답이다

한국지엠은 2007년 자동차를 94만대 생산, 그 가운데 81만대를 수출하고 나머지 13만대를 국내에 판매했다. 그러나 10년 후인 2017년에는 52만대를 생산하며 2007년 대비 절반가량 줄었다. 수출도 39만대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국내 판매량은 13만대로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순이익도 2007년 5426억원 흑자에서 2017년 9000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최근 4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이처럼 자동차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한국지엠의 1인당 평균 임금은 2007년 5400만원에서 2017년 8700만원으로 60.9%나 뛰었다.

이 같은 실적 하락은 세계 금융 위기,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 등 외생 변수도 작용했지만 본질은 높은 인건비와 낮은 생산 유연성이 한국지엠의 생산 경쟁력 하락에 영향을 미친 주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자동차 칼럼]한국지엠 사태 해결, '노조의 고통 분담'만이 답이다

한국지엠은 매년 수개월 동안 임금 투쟁을 반복해서 전개해 임금을 2~5% 올려 왔고, 복지 혜택은 세계 최고 수준을 누리면서도 생산성은 GM 내 가장 낮은 공장이 됐다. 이로 인해 한국지엠은 '스파크' '트랙스' 같은 수익성 낮은 소형차를 만들면서도 그에 걸맞지 않게 임금 수준은 높아서 GM 본사가 몇 년 전부터 한국공장을 고비용 사업장으로 분류했고, 또 고비용 국가인 한국에서 생산 물량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의 지금 상황은 4년 전 호주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2013년 말 GM은 고비용·저효율 생산 구조로 인해 생산성이 악화되고 노사 간 대립 관계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시장 수요 대응력이 떨어짐으로써 69년 동안 운영해 온 호주 홀든 공장을 폐쇄, 호주 시장에서 전면 철수한 바 있다. 한국지엠의 모든 상황은 4년 전 호주 상황과 닮았다. 우리는 호주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현재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대규모 조립 생산 구조인 자동차 산업에서는 인건비 부담과 생산 유연성이 국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기 때문에 세계 최악인 고비용 저생산 구조의 노사 관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한국지엠 사태의 해결 방안을 결코 찾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임금비용이 회사 경쟁력에 비춰 적정한지, 수요 변화에 민첩하게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근로 유연성이 보장돼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 봐야 한다.

글로벌 기업의 특성은 수익성이 없으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 이 점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수익성이 있어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옮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기 때문에 GM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 기지를 노사가 비협조 관계를 보이는 국가의 생산 거점에서 수익이 남는 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

GM은 2014년 메리 배라 회장 취임 이후 글로벌 전략을 세계 자동차 1위의 물량 위주에서 수익성 위주로 전략을 전환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 낮은 해외 사업장에서 철수하는 과감한 구조 조정에 들어갔으며, 지금 현재도 진행형이다. 한국지엠도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구조 조정되는 것이 GM그룹에서는 당연한 처사다. 이를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자동차 산업은 종합 생태계 산업으로서 협력 업체, 판매 네트워크, 사후관리(AS)망 등이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매우 어렵다. 한국지엠 노조는 당장의 자기 이익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노조의 납득할 만한 고통 분담과 생산 경쟁력 확보 방안 없는 정부 지원은 호주 사례처럼 기업의 회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무대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식해야 한다.

김수욱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서울대 교수) kimsoo2@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