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주파수 경매'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주파수는 이동통신 서비스 근간이다. 좋은 품질 주파수를 많이 확보할수록 이동통신 서비스 경쟁력이 높아진다. 한번 확보하면 장기간 이용하는 데다 조 단위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신중한 결정이 요구된다. 주파수 경매를 한 해 농사가 아닌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농사에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8년 주파수 경매는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위한 첫 경매다. 5G는 단순 이동통신망보다 산업망으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전통 이동통신사업(MNO)은 물론, 다른 산업 분야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다.
이통사는 경쟁사보다 많은 주파수를 적정한 가격에 확보해야 한다. 향후 비즈니스 전략과 매칭도 중요하다. 잘못된 선택은 5G 출발점부터 경쟁사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18년 경매는 이동통신 기술이 새로운 세대로 전환되는 만큼 주파수 대역폭이나 경매 방식 등에서 다양한 이슈가 불거질 전망이다. 2018 주파수 경매 10대 이슈를 짚어본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1)3.5㎓
3.5㎓는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대역이다. 이통사가 5세대(5G) 이동통신 전국망으로 사용할 주파수다.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에 가장 많이 쓰이는 1.8㎓ 대비 커버리지가 50~100% 수준이다. 최고 속도는 2.3Gbps, 지연시간은 1밀리세컨드(ms)가 가능하다.
경매 대역은 3400~3700㎒다. 이통 3사가 각각 80~120㎒ 폭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각 대역별 주파수 성질에 차이는 없다. 단 1.8㎓에서 쓰는 2G나 LTE 주파수에 의한 파동 주기 겹침 현상(Harmonics, 고조파)이 이슈가 될 지 주목된다.
이통사 관계자는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각 사별로 특정 대역에서 고조파에 의한 일부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어떤 이통사는 그 영향을 대수롭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경매 중 일정 금액 이상은 입찰을 피하겠다는 전략을 세우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이통사 가치 판단이 3.5㎓ 경매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2)28㎓
28(26.5~29.5)㎓ 대역은 진정한 5G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초광대역폭 할당이 가능한 대역이다. 이통사가 놓쳐서는 안될 핵심 주파수 대역이다.
28㎓ 대역은 최대 1㎓ 폭 주파수를 활용해 이론상 최대 20Gbps 속도가 가능하다. LTE의 최대 20배에 이르는 속도로 가상·증강현실, 실시간 초고화질(UHD) 영상 등 대용량 서비스에 적합한 주파수로 평가 받는다.
28㎓ 대역에서 3㎓폭 전체에 대한 경매가 유력하며 3.5㎓와 마찬가지로 경매 대역폭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쟁점이다. 글로벌 장비업계는 400㎒ 폭을 기준으로 네트워크 장비를 준비해 왔으며 이통사는 충분한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800㎒ 폭을 기준으로 경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정부는 경쟁 활성화를 위해 100㎒, 200㎒ 폭 등 적은 폭도 경매 기본단위로 고려하고 있다.
28㎓ 대역은 밀리미터웨이브 특성상 커버리지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는 게 과제로 손꼽힌다.
(3)할당 공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월 초 주파수 할당 공고를 낸다. 할당 공고에는 할당 대상 주파수와 할당 방식(경매 방식)이 명시된다. 28㎓ 대역에서 1㎓폭 또는 3㎓폭이 나올 지, 무기명블록경매 방식을 도입할 지 최종 확인할 수 있다.
최저경쟁가격도 공개된다. 입찰을 시작하는 최저 가격으로 이통사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각 대역별 주파수 용도와 이용 기술 방식도 포함된다.
주파수 이용 기간이나 할당조건 등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경매에선 2.6㎓ 두 블록을 모두 확보하는 사업자에 한 블록의 망 구축 의무를 절반으로 줄여주는 조건을 명시한 바 있다.
망 구축 의무도 중요 이슈다. 낙찰 후 1년, 3년, 5년 등 기간별로 구축해야 할 기지국 물량이다. 스몰셀을 비롯한 국산 장비업계는 망 구축 의무에 국산 장비 이용 의무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수용 여부도 관심이다.
이 외에도 망 구축 의무를 어겼을 때 제재조치와 기타 의무 등이 할당 공고에 포함된다.
(4)할당 대가
주파수 경매는 '쩐(錢)의 전쟁'으로 불린다. 경매 한 번에 수조원이 오간다. 2011년 첫 경매 총 낙찰가는 1조6615억원, 2013년은 2조4289억원이다. 이통사는 2016년 주파수 구매에 2조1056억원을 투자했다. 2016년에는 총 100㎒폭이 낙찰, 1㎒폭 당 평균 단가는 약 211억원에 이른다.
5G 주파수 경매에는 최소 1300㎒에서 최대 3300㎒가 매물로 나온다. 저주파 대역 3.5㎓에서만 300㎒폭이다. 2016년과 단순 비교하면 6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에 맞춰 기존 대가산정 산식을 보완하고 신규 산식을 도입한다. 경매 양상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전체 낙찰가격은 3조원 안팎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통사 임원은 “전체 망을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부담이 커 모든 이통사가 주파수 경매 비용을 최소화하려고 하고 있다”며 “정부가 합리적 할당대가를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5)경매 방식
5G 주파수 경매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기명(generic) 블록경매 방식이 도입되느냐다. 정부는 경매 대역과 블록 수만 정하고 블록 개수와 위치는 입찰 참가자가 정하는 방식이다. 단순 동시오름입찰(SMRA)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됐다.
넓은 대역폭에서 신규 주파수를 공급할 때 사업자가 필요한 양과 위치를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CCA(Combinatorial Clock Auction)'가 대표적으로 정부도 CCA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CCA 방식을 경매에 활용할 때 최대 이슈는 3.5㎓ 대역의 블록 수다. 일부 이통사는 정부가 100㎒폭씩 3개 블록을 경매에 내놓길 원하고 있다. 이 경우 위치에 대한 경합은 이뤄질 수 있지만 주파수 양에 대한 경합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따라서 3.5㎓ 대역은 10㎒나 20㎒폭 등 여러 블록으로 나뉘어 경매에 나올 것이 유력시된다. 이 경우 더 많은 주파수 확보를 위한 이동통신사 간 혈전이 불가피하다.
(6)입찰 규정
입찰 규정도 관심사다. 2016년 주파수 경매 당시, 최소 입찰증분은 0.75%였다. 입찰자가 직전 라운드 승자 입찰액에 입찰증분이 더해진 금액 이상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적정 경매가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무기명 블록경매의 하나인 'CCA(Combinatorial Clock Auction)' 방식에서도 1단계 블록 수 입찰 시 가격경쟁을 하기 때문에 입찰증분이 필요하다. 입찰증분 비율에 따라 이통사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입찰 라운드별 입찰서 작성·제출 시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2011년에는 30분, 2013년에는 1시간, 2016년에는 40분이 주어졌다. 여러 라운드가 필요한 입찰 방식인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입찰 증분과 입찰 시간은 경매 참여자가 입찰 전략을 준비하는 데 중요 요소다. 이 외에도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경매장은 24시간 출입통제와 매일 도청장치 유무 점검이 이뤄질 전망이다.
(7)경매 일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부터 5G 주파수 할당대가, 할당방안 연구반을 운영해왔다. 1월 5G 주파수 할당 대비 전파법 개정안 등 제도 개선(안)을 입법 예고했다.
2018 주파수 경매안 초안은 대부분 완성돼 내부 검토 중이다. 내달 중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고 최종 확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최저경쟁가격을 결정, 5월 초 주파수 할당 공고를 낸다.
이통사가 할당 신청을 접수하는 기간은 약 1달이다. 신청서는 신청 법인과 영업계획, 기술계획 분야로 구성된다. 사업자가 망 설치 계획과 어떤 방식을 서비스 할 지를 담는다.
6월 초 신청서 접수를 마무리하면 약 2주 후 경매를 시작한다. 과거 경매는 제한 시간에 따라 하루 7~8라운드가 진행됐다. 5G 경매에는 무기명 블록경매 등 새로운 경매 방식 도입이 예상되는 만큼 경매 기간 예측이 쉽지 않다.
(8)경매 이후
정부가 6월 5G 주파수 경매를 실시하는 이유는 내년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서다. 당초 우리나라는 2019년 말 상용화를 계획했지만 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반년 이상 앞당겼다.
이에 따라 경매 이후에도 상용화를 위한 숨 가쁜 일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통사는 할당받은 주파수에 맞춰 장비 제조사에 장비 제작을 요구한다. 장비 제조사 선정도 같은 시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3.5㎓와 28㎓에서 이통사가 할당받는 주파수 양에 따라 장비 제작 기간도 영향을 받는다. 가령 3.5㎓ 대역에서 한 사업자가 100㎒폭이 아닌 120㎒폭을 확보할 경우, 제조사가 이에 맞춰 기술을 개발했는지 이슈가 될 수 있다.
성능검증 등을 마치고 이통사가 망 구축을 시작하는 시점은 9~10월로 예상된다. 내년 3월 상용화까지 촉박한 일정이다. 단말 출시 여부도 관건이다.
(9)역대 주파수 경매
비용을 받고 주파수를 할당하는 방식은 정부심사 대가할당과 가격경쟁 대가할당(경매)으로 나뉜다. 과거 우리나라는 이통사 사업계획서를 평가, 주파수를 할당했다.
경매가 도입된 건 2011년부터다. 밀봉입찰 없이 무한 동시오름 입찰로 진행, 1.8㎓ 20㎒폭 가격이 9950억원까지 치솟았다. SK텔레콤은 원하는 대역을 확보했지만 '승자의 저주' 논란이 불거졌다. LG유플러스는 2.1㎓에 단독 입찰, 4455억원에 확보했다.
2013년에는 무한 동시오름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50라운드 동시오름에 한 차례 밀봉입찰을 혼합했다. KT가 최처가 2888억원인 1.8㎓ 대역 15㎒폭을 9001억원에, SK텔레콤은 또 다른 35㎒폭을 1조500억원에 가져갔다. LG유플러스는 2.6㎓ 대역을 4788억원에 낙찰 받았다.
2016년에는 같은 방식으로 경매를 해 LG유플러스가 2.1㎓를, KT와 SK텔레콤이 각각 1.8㎓와 2.6㎓를 차지했다. 관심을 끌었던 700㎒는 유찰됐다.
(10)해외 주파수 경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등 42개 국가가 5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를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영국은 2020년 5G 상용화를 앞두고 세계 최초 5G 주파수 경매에 착수했다. 3.4㎓ 중 3.41~3.48㎓ 70㎒폭, 3.50~3.58㎓ 80㎒폭을 5㎒ 단위 30개 블록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경매하며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은 11월 경매를 예고했고 호주, 스페인, 스위스가 연내 경매를 준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벨기에, 불가리아, 독일, 이탈리아 등 12개 국가가 5G 주파수 경매를 논의 중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인도,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가 5G 주파수 도입을 검토 중이다.
호주,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한국, 태국, 베트남 등 국가는 경매 설계 절차에 착수했다. 바레인과 이집트, 모로코, 나미비아 등도 경매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 일본 등 국가에서는 경매가 아닌 심사할당 방식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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