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택의 과학국정]<13> 과학경찰·정예경찰·시민경찰의 길

[임춘택의 과학국정]<13> 과학경찰·정예경찰·시민경찰의 길

국가정보원과 검찰 개혁의 여파로 경찰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요구 수준은 높고 까다로워졌다. 우리 경찰은 어떻게 개혁돼야 하는가. 창설 100주년이 되는 2045년의 경찰 미래 비전을 연구한 경험으로 제안한다.

범죄·사고 등 치안 환경을 전망해 본다. 국가 간 교류와 개인 간 연결이 가속되면서 초연결 사회가 된다. 중국·인도 등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고, 한국은 물류·관광·교육·문화·지식재산 허브 국가가 된다. 초국가 차원의 범죄, 질병이 증가한다. 경제, 금융, 정보, 기술, 법률 관련 범죄는 지능화된다. 가상세계·사이버 범죄도 증가한다. 환경·생태 감시가 중요해진다. 방범, 경호, 수사, 질서 유지 등 경찰 기능이 민영화·기업화·개인화된다.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 범죄가 증가한다. 생활 전반으로 확산되는 인공지능(AI), 자율 주행, 바이오, 로봇 관련 신종 범죄와 사고도 증가한다.

아날로그 경찰로는 미래 대응이 어렵다. 이 때문에 경찰의 의견 수렴을 거쳐 미래 비전을 '과학경찰·정예경찰·시민경찰'로 제시했다. 미래 사회에서 과학기술의 영향력이 커지고, 지능범죄 대응이 중요하며, 시민의 치안 참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경찰의 임무는 현재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 범죄 예방·수사, 치안 정보 수집, 교통안전과 공공 안녕 및 질서 유지 등이다. 여기에 치안산업·연구개발(R&D) 강화, 시민 참여 확대가 추가돼야 한다.

3대 비전별로 추진할 정책 과제다.

'과학경찰'은 인공지능(AI)·디지털·바이오 수사 기술로 첨단화, 흉포화, 사이버화해 가는 범죄에 대응하는 것이다. 과학수사 능력과 법의학 지식이 필요하다. 디지털 포렌식과 생체 정보를 활용, 감정 기법을 고도화한다.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지능센서로 방범 자동화와 치안인프라 보강을 한다. 현장 경찰의 장비·장구도 과학화한다. 사이버 금융, 가상세계 범죄 대응도 강화한다. 치안 민영화에 따라 사립탐정을 도입한다. 범죄자와 정보기관으로부터 개인 정보를 보호한다. 스마트 교통사고 예방과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를 강화한다. 치안 산업을 미래전략산업(BEST-K) 가운데 안전 산업으로 육성한다. 치안 R&D도 강화한다. 국제 치안 표준을 선도, 치안 한류를 확산시킨다. 한국 경찰의 국제 브랜드화가 목표다.

'정예경찰'은 지능화되고 다변화되는 치안 환경에서 경찰을 전문화하는 것이다. 선진 경찰에는 범죄 심리학자와 법의학자가 있다. 변호사, 금융 전문가, 정보 분석가, 공학자, 과학자가 경찰이 된다. 이들은 작은 도둑보다 큰 도둑을 잡는다. 합법을 가장해서 편법·불법을 저지르는 법률 범죄와 고도로 지능화된 금융 범죄가 그 예다. 기업 범죄, 행정 범죄, 지식재산·기술탈취 범죄도 포함된다. 치안 정보 조직의 전문화, 민주화, 사이버화도 주요 개혁 과제다. 의경은 폐지하고 직업 경찰로 채운다. 경찰관 선발을 엄격히 하고, 현장 법집행관으로서 인권 보호에 앞장선다. 경찰에 수사권을 주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같은 전문화된 수사범죄청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과학수사·지능범죄 대응 조직을 그 밑에 둔다.

'시민경찰'은 시민이 치안의 공동 주체로 참여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치안 사각지대에 있는 사회 약자를 위한 복지 행정 치안 활동이다. 치안 정보를 시민에게 공개하고 참여를 활성화, 치안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영국처럼 경찰 자원봉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민영화된 치안 서비스를 경찰이 지원하게 한다. 복지·중재경찰 역할도 강화한다. 빈부, 이념, 세대, 인종 등 복합 갈등 사회에서 공평무사한 국가기관으로서 갈등 조정과 타협 절차에 적극 개입해 신뢰 및 조정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경찰 개혁은 강화된 경찰의 역량·역할에 따라 경찰위원회가 어떻게 문민 통제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야·시민사회로 위원을 구성, 정치 중립과 소수자·약자 보호가 관건이다. 민주주의 원칙인 다수가결과 함께 소수의견 존중에 부합하는 제도 운영도 필요하다. 소수 위원의 주도로 경찰위원회 산하 중앙경찰청과 수사범죄청을 직권 조사하게 하는 것이다.

국정원, 검찰, 군과 함께 경찰이 민주화돼야 선진국이 된다. 경찰 개혁을 기대하는 이유다.

임춘택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ctrim@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