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차량호출 시장을 양분해 온 그랩(Grab)과 우버(Uber)의 서비스 통합에 동남아 각국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섰다.
1일(현지시간) 말레이메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낸시 슈크리 말레이시아 총리부 장관은 우버의 동남아 사업을 그랩이 인수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경쟁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싱가포르 조사 결과를 고려해 말레이 대중교통위원회(SPAD)와 말레이 경쟁위원회(MyCC)가 경쟁법 위반 소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우버는 합병회사의 지분 27.5%를 받는 조건으로 그랩에 동남아 사업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그랩은 인구 6억4000만명의 동남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됐다.
싱가포르 공정경쟁 감독기구인 경쟁위원회(CCS)는 경쟁체제가 무너져 요금 인상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지난달 30일 우버의 동남아 사업 매각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으며,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서비스 통합을 연기하도록 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도 양사의 합병이 경쟁법에 저촉되는지 살피기 위해 그랩에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한 상황이다.
그랩은 우버의 동남아 사업을 인수하기 전에도 동남아 8개 국가 180여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랩에 등록된 운전사의 수는 26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동남아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그랩과 경쟁해 온 인도네시아 업체 고젝(Go-jek)은 우버의 철수로 시장이 출렁이는 상황을 틈타 올해 중순까지 동남아 4개국에 진출하기로 했다.
기업 가치가 50억달러(약 5조3000억원)를 넘는다는 평가를 받는 고젝은 지난 2월 구글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 텐센트 등으로부터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현지 업계에선 새로운 도전자로 등장한 고젝이 동남아 차량호출 시장과 이와 연계된 금융, 인터넷 서비스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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