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이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걸 알면서도 미뤄 온 지 10년 됐다. 변화를 귀찮아 하는 관성과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해 “이대로가 좋으니 변화는 거부한다”라고 또 말했다. “구관이 명관이다” “비용이 과하다” “할 일이 너무 많다”는 등 둘러댈 핑계는 많다.
대학을 나와도 실무 경험 부족으로 추가 교육이 필요하다고, 대학이 제 구실을 못한다고 기업이 푸념한다. 강의 중심 대학 교육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산업 현장을 충분히 익히고 졸업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산업체와 대학의 교류로 풀어야 하는 숙제다. 과감한 변화로 산·학 협력의 물꼬를 트지 않으면 10년 후에도 같은 푸념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을 배우는 우리나라 인턴십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1개월 남짓한 '채용형 인턴'이 대부분이어서 실효성도 없고, 구직자가 아니면 관심도 별로 없다. 배우고 기여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학교를 휴학하고 장기 인턴십에 도전하는 학생도 있지만 졸업 연장이 부담스럽다. 겨울방학을 대폭 줄이고 여름방학을 4개월로 확대하는 등 산·학 협력에 충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유일한 답으로 보인다. 사실 겨울방학은 난방용 전력과 가스를 절약하기 위한 수단으로 실시된 것이었다. 그러나 3만달러을 바라보는 국민소득으로 우리나라는 오히려 여름 냉방비가 더 큰 지출 품목이 됐다. 에너지에 관한 한 겨울방학은 별 의미가 없다.
여름방학 4개월은 인턴십뿐만 아니라 학생 스스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교수는 의미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고, 학생에게는 5월에 시작되는 외국 대학 하계연수와 글로벌 기업 인턴십 기회가 확대된다. 3개월 이상 인턴십은 기업과 학생들이 불평하던 짧은 시간의 단점을 개선해서 배우고 기여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한다. 미국 대학생의 대부분이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 현장 실습 등 자기계발과 현장 감각 익히기에 분주한 것도 충분히 긴 방학 덕분이다. 어중간한 방학으로 어영부영 시간을 허비하는 우리나라 학생과 비교된다. 방학의 가치가 만드는 미래 경쟁력 차이를 보는 듯해 답답하다.
방법은 2월 초 봄학기를 시작해 5월에 종강하는 것이다. 3월 입학과 2월 졸업이 버티고 있는 현재 제도에서는 2, 3, 4학년이 먼저 시행할 수 있다. 봄학기 중에 졸업식을 한다는 사실이 어색하긴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오히려 졸업 관련 행정 부담이 사라진다. 물론 정부(교육부)가 나서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 정부에 혁신을 기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여름방학 연장의 최대 적은 '혁신을 거부하는 관성'이다. 과거에 익숙한 우리는 혁신이 불편하다. 당연히 많은 핑계를 만들어 낸다. 짧아진 겨울방학 동안 행정 처리가 부담되고, 겨울방학에 시행되던 프로그램 변화도 부작용은 있다. 그러나 얻게 되는 이득을 비교하면 결론은 간단명료하다. 물론 변화로 예견되는 이슈에 대처하고 과도기에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단순한 휴식기 방학을 가치 있는 방학으로 만드는 등 청소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감한 혁신은 필수다. 장단점 분석과 부작용 대처 방식이 자세히 검토돼야 하지만 방학 기간 조정에 대한 명제는 분명하다. 과거에 매달려서 그냥 덮고 가기에는 글로벌 사회 변화가 너무 빠르고, 목전에는 오늘 변하지 않으면 내일 후회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이 있기 때문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