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새 스타 기업 출현이 극히 부진하다.
4차 산업혁명을 기회로 기존 전통 산업과 다른 형태의 기업이 나타나고, 이들이 새 성장 동인을 끌어내야 한다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최근 10년 사이에 눈에 띄는 벤처기업 등장은 미미하다. 큰 기대를 받는 최고경영자(CEO)도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핀테크까지 관심을 끄는 산업은 많지만 정작 이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새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유니콘 기업 236개사 가운데 80.5%가 미국, 중국, 인도 출신이다. 우리나라에선 쿠팡, 옐로모바일, L&P코스메틱 등 단 3개 기업에 불과하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이면서 설립 10년 이하 비상장 스타트업을 말한다. 유니콘 기업 수와 질은 보통 해당 국가 혁신 경제 지표로 활용된다.
한국에 유니콘 기업이 적은 이유로 도전을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와 여전히 과도한 규제를 꼽고 싶다.
우선 우리나라 젊은 층의 직업 선호도는 공무원→대기업→중소기업→창업 순이다. 창업과 스타트업이 활기를 띠는 미국과 정반대다. 우수 인재가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않는데 창의 유니콘 기업이 나타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내수 시장이 좁고 한 번 실패하면 재기가 어려운 환경, 안정을 선호하는 학교 분위기, 벤치마킹할 성공 모델이 없는 업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까지 모두 얽혀 있다. 한두 곳이 아니라 사회 영역 전반에서 함께 해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
기업체가 체감하는 신산업에 대한 정부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미국 우버와 에어비앤비, 중국 DJI 등 유니콘 기업 사례를 보자. 이들 비즈니스는 차량과 숙박 공유, 드론 제작이다. 불과 10년 전엔 아이디어 단계에 불과했지만 큰 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선 우버 사업 모델이 불가능하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 외에 카풀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다. 에어비앤비 모델도 우리나라에서는 법 규제에다 기존 숙박업계의 반발로 저항이 크다. 드론도 최근 '항공안전법' 하위 법령을 개정키로 했지만 산업 헤게모니는 이미 거의가 중국으로 넘어가다시피 했다.
근로 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일괄 제한한 것도 신생 기업에는 악영향이 크다. 일과 삶의 균형은 중요하다. 그러나 게임·프로그램 개발이나 24시간 거래가 이뤄지는 전자상거래, 특유의 집중 근무가 필요한 연구개발(R&D)업 특성까지 두루 고려하지 못했다. 일정 부분 유연성을 인정해야 작은 새 기업이 활동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는 벤처 황금기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 관리 체제를 겪고 난 후 정부는 신기술 창업과 벤처기업 성장을 적극 독려했다. 정보통신부는 정책에서 신기술 기반의 정보통신기술(ICT) 확산을 주도했다. 기술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로 코스닥이 한 축을 맡았다. 글로벌 인터넷 열풍과 맞물려 이해진, 이재웅, 김택진, 김정주, 김영달 등 젊은 스타 CEO가 대거 등장한 때이기도 하다.
우리는 다시 중소기업을 강조한다. 전담 주무 부처가 생겼고, 과거 어느 때보다 창업 자금 지원도 많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신사업에 대한 규제 개혁과 함께 새롭게 도전하고 이를 용인할 사회 분위기도 함께 필요하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