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베일에 쌓인 파이로 재검토 보고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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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로프로세싱-소듐냉각고속로(SFR) 연구개발(R&D) 사업 재검토 결과가 논란에 휩싸인 데는 정부의 보고서 비공개 방침이 한몫했다. 재검토 결과가 투명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해와 억측을 낳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 보고서를 제출한 뒤에도 일반 공개를 거부하자 사업 반대 측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했다. 과기정통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보고서 공개를 전향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달 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단과 소속 의원에게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연구개발사업 재검토위원회 보고서'를 순차 배포했다. “국회의 결정 전까지 대외 공개를 하지 말아달라”는 단서를 달았다.

과기정통부는 비공개 방침에 대해 일반 공개 전 상임위가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정책 결정의 중간 과정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보고서 송부 사실과 보고서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후에도 비공개 방침을 고수했다.

그 동안 사업을 반대해온 반핵 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핵재처리저지 30㎞연대, 탈핵변호사모임 해바라기 등은 재검토 결과가 알려진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과기정통부는 국회에 제출된 사업재검토위원회의 보고서를 즉각 공개하라”면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된 사업재검토위원회 활동의 결과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파이로-SFR 사업이 앞서 밀실·파행으로 논란을 겪은 점을 감안하면 과기정통부 방침은 납득이 어렵다. 재검토위 보고서조차 “재검토 대상 사업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 해소”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내용을 이해하도록” 같은 일반 공개를 염두에 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과기정통부는 국회 뜻을 존중해 비공개 입장을 취했다고 하지만 국회 입장은 다르다. 과방위 소속 어느 의원실도 명시적으로 '비공개'를 요청한 적은 없다는 설명이다. 국민 알 권리를 두고 양측이 허물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의원은 하루 빨리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재촉했다.

과방위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들어야 하는 만큼 하루 빨리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면서 “과기정통부가 최종 계획안을 수립할 때도 국민이 재검토 결과를 검증하고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려면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국회가 보고서를 사전 검토한 만큼 현 시점에서는 보고서 공개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회에 이미 보고서를 송부했기 때문에 공개 여부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비공개' 입장은 일반이 보고서 내용을 절대 봐서는 안 된다는 심각한 방침이 아니다”라면서 “국회와 협의를 통해 보고서 공개를 다시 검토하고 있고 현 시점에서 보고서 공개는 시점(타이밍)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