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서 35년 만의 첫 상업영화관이 오는 18일 수도 리야드에 문을 연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미국 2위의 영화관 체인 AMC엔터테인먼트홀딩스가 사우디 국부펀드 중 하나인 공공투자펀드(PIF)와 함께 향후 5년간 사우디에 영화관을 40개까지 개관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사우디에는 1970년대에만 해도 영화관이 있었지만 1980년대 초부터 상업 용도의 극장을 금지했다. 1979년 이란이 이슬람 혁명으로 보수적인 신정일치 통치로 급변하자 이에 영향받아 사우디 역시 엄격한 종교 율법을 적용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경제·사회개혁의 하나로 상업영화관 금지 조치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지난달부터 상업영화관 영업면허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영화관에서는 대부분의 다른 공공장소와는 달리 남녀가 분리되지 않을 예정이다. 보수적인 이슬람 왕정 국가인 사우디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남녀를 분리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번에 개관하는 첫 영화관은 킹 압둘라 금융지구에 자리 잡았다. 원래 교향악 콘서트홀로 쓰려고 했던 건물로, 본 상영관은 500석의 가죽 좌석과 발코니석, 대리석으로 된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다고 AMC 최고경영자 애덤 애런은 한 인터뷰에서 소개했다.
여기에 여름까지 3개 스크린을 추가할 예정이다.
사실 사우디인들은 서방 미디어와 문화의 열정적인 소비자로, 상업영화관 금지에도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최신 TV 시리즈를 집에서 많이 본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사우디는 3200만 인구가 즐길 수 있도록 2030년까지 2500개가 넘는 상영관을 갖춘 350개 안팎 영화관을 세우기를 바라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사우디는 이를 통해 연간 10억 달러(약 1조625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와드 알라와드 공보부 장관은 “영화관 복원은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가계 소비를 증가시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고용 창출을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영 가능 영화와 관련해서는 할리우드 영화 대부분이 허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는 편집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런 AMC 최고경영자는 두바이나 쿠웨이트와 같은 다른 중동 지역에서 상영되는 영화와 같은 버전이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할리우드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동의 민감한 정서에 맞춰 영화 상품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